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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국가기관 채용 특혜, 유명환 장관 딸만 그랬을까

결국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사의를 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2년 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겁니다.

어제 유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딸 채용문제와 관련해 물의가 야기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여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틀 전 유 장관 딸의 외교부 특채 논란에 대해 사과로 마무리하려고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셈입니다. 그만큼 국민이 요구하는 도덕성은 높았고,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 사회'라는 가치도 특채 논란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데 대해 사퇴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평가했고, 한나라당도 "이번 유 장관의 딸 특별채용 문제는 공직자가 가져야할 도덕적 기준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어디인지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4일 사의를 표명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국민들은 유 장관의 사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두 가지 사안 때문입니다. 하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 장관 딸에 대한 특채 전말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유 장관의 딸만 그랬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입니다.

현재 행안부가 유 장관의 딸 특혜 논란과 관련, 특별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현행법을 어긴 것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거죠. 이미 -유 장관의 딸이 1차 공고 때 영어증명서를 내지 못하자, 대상자를 모두 떨어뜨린 과정 -면접관 5명 중 2명의 외교부 간부가 면접에 참여한 것이 특채과정에 미친 영향 등을 집중 감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 장관의 딸 채용과 관련해 지난해와 달라진 공고와 자격요건이 트위터에 공개됐었죠. 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때 유 장관의 딸 채용을 위한 특혜 조치가 있었을 겁니다. 특별감사를 통해 현행법 위반이 드러난다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도 해야 합니다.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유 장관은 이를 알고 있었는지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국가기관 특별 채용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도 진행해야 합니다. 유 장관이 자신의 딸의 특채가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자와 만나 처음 밝힌 얘기가 '특혜가 없었다'였습니다. 이는 이런 채용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정도 쯤이야, 관행인데...'라는 생각이 없었다면 그렇게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했겠죠. 또한 사과로 대충 마무리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1년 사이 바뀐 채용 기준을 찍은 사진. 박영선 언론연대 대외협력국장 트위터(@happymedia)


공직사회에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되어 있는지, 얼마나 퍼져 있는지, 인사 비리가 있는지 행안부나 감사원이 나서서 감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누리꾼들은 아직도 '현대판 음서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부처나 기관에도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사 관행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 사회'로 가는 길을 끊임없이 공정한 사회를 입증하고 증명하는 겁니다.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해 국가기관에 대한 특채 특별감사가 필요합니다.

유 장관 사퇴로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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