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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유장관 딸 위한 '맞춤형 채용', 밝혀진 음서제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불러 결산 심사를 하는 자리였는데 여야 의원들은 결산 심사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특혜 의혹을 더 많이 물어봤습니다. 마침 어제 행안부가 유 장관 딸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돼 있었죠.

이번 의혹에 대해서 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었습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빽'으로 등용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일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사실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도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특채 등 채용은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더 나아가 야당은 이와 같은 특혜가 더 있을 거라며 공공기관, 공기업 채용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는 정도로 특권층이 형성되고 대물림된다고 하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몇 사람 처벌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 범위가 넓어야 한다"며 공기업, 산하기관까지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맹 장관도 이번 일은 잘못된 일이라며 투명한 채용을 강조하면서 감사 결과를 밝혔습니다. 맹 장관은 먼저 이번 의혹을 "유 장관 딸을 위한 '맞춤형 채용'이었다"라고 정의했습니다. 유 장관 딸의 채용을 위해 모든 게 준비되고 조작됐다는 겁니다.

"외부위원은 2순위자에게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하지만 내부위원은 장관 딸에게 20점 만점에 19점을 줬고 한 사람은 2순위자에게 과락 점수를 줬습니다. 그래서 점수를 합하니까 장관 딸이 합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TEPS 점수가 나오는 날의 다음 날까지로 응시 기한을 정했습니다."

내부 면접위원과 외부 면접위원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미 '장관의 딸'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인사담당자가 면접위원에 참여한 것 자체가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임용시험령을 위배한 거죠.

응시 기한도 시험공고 후 10~15일 이내에 원서접수를 종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재공고(7.16)를 한 다음 26일이나 지난 8월 11일에 종료했습니다. 이게 바로 유 장관 딸이 본 TEPS 점수가 나오는 날의 다음 날이었다는 겁니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더 놀라운 사실은 외부 면접위원의 압력 행사였습니다. 맹 장관에 따르면, 내부위원이 외부위원들에게 '이게 실제 근무 경험이 필요한 거 아니냐'하고 압력을 넣었다고 합니다. 외교부 근무 경험이 있는 유 장관 딸을 뽑아야 한다는 압박인 셈이었습니다.

마치 범죄조직이 치밀하게 범죄 준비를 하는 것처럼 유 장관 딸의 특채 특혜는 너무나 치밀했습니다. 맹 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일부 기자들과 의원 보좌관들이 중간 중간 '참나...' '허...'라고 기가 막히다는 표현을 할 정도였습니다.

정부는 특채과정 통합관리 방안 마련 등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유 장관 딸에 대한 특혜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현대판 음서제'가 이명박 정부가 천명한 '공정 사회'였냐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1년 사이 바뀐 채용 기준을 찍은 사진. 박영선 언론연대 대외협력국장 트위터(@happymedia)

행안부 감사로 이번 사안이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특혜를 기획하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규정을 마음대로 어겨가며 특혜를 준 것은 실무자들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차관 선에서 꾸민 일인지, 아니면 유 장관이 직접 지시한 일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합니다.

서민을 울리고 분노하게 만든 장관 딸 맞춤형 채용,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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