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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이광재 복귀에 깨진 엄기영 전 사장의 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직무가 정지됐던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지사가 낸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죠. 야권은 일제히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고 이 지사도 "강원도민들의 열망이 이번 헌재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사는 적어도 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도지사 업무를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지사 측은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의 최근 판결을 보면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이 오락가락 한다며 여권 인사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사의 복귀 여부는 정치권과 강원도민이 관심있게 지켜봤겠지만, 특히 유심히 지켜봤을 것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죠. 바로 엄기영 전 MBC 사장입니다.

엄기영 전 MBC 사장.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엄 전 사장은 지난 6.2 지방선거 한나라당과 민주당 강원도지사 영입 1순위였습니다. 그동안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MBC 사장으로 쌓아온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었죠. 지명도 있는 인물을 내세우려는 것은 정치권의 당연한 포석입니다. 그러나 엄 전 사장은 이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었죠. 

그런데 러브콜에 무관심해 보이던 엄 전 사장이 춘천의 한 아파트로 주민등록을 옮긴 사실이 지난달에 알려졌습니다. 왜 춘천으로 내려갔을까. 10월 재보선을 노린 거라는 분석이 제일 많습니다. 이 지사가 벌금 100만원 이상의 대법원 퍈결을 받을 경우 10월 재보선에서 강원도지사를 뽑는데요. 엄 전 사장이 재보선 선거일 60일 전에 주소 이전을 한 것은 도지사 출마를 노린 거라는 거죠.

엄 전 사장이 정치를 할 거라는 것, 강원도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짐작된 일입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엄 전 사장은 주위에 '나를 키워준 강원도에 보답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엄 사장은 지난 7·28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 선거 캠프를 방문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엄 전 사장은 철원·화천·양구·인제의 한기호, 태백·영월·평창·정선의 염동열 후보 캠프를 찾아 후보들을 격려했었죠.

주소이전, 고향에 보답, 한나라당 캠프 방문... 이와 같은 행보를 보면 엄 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강원도지사로 출마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MBC 사장 시절 이명박 정권과 충돌을 일으켰던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재보선에 나온다는 거죠. 그래서 엄 전 사장을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7월 1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이광재 지사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엄 전 사장의 꿈은 깨지게 됐습니다. 10월 재보선에서 출마하려던 꿈은 일단 꿈으로 끝났죠. 대법원 판결이 9월이 아니라 빨라야 올해 말에 내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엄 전 사장은 앞으로 최소한 수개월은 기다리게 됐습니다.

만약 대법원이 이 지사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다면 엄 전 사장의 '고향에 보답하겠다'는 바람은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남게 될 수도 있습니다. 춘천으로 내려간 엄 전 사장의 꿈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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