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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청와대에 먼저 디도스 수사상황 보고한 경찰, 황당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한 경찰 수사팀이 청와대에 수사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것도 경찰 조직의 수장인 조현오 경찰청장보다 먼저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조현오 청장과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냈습니다.


이 의원은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도 언론에 밝혀진 뒤 경찰이 인정했다, 수사팀에서 청장에게 보고하기 전에 청와대에 먼저 보고했다”고 물었고, 조 청장은 “네, 1000만원 부분인가, 시간적으로 조금 그렇다"고 인정했습니다.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씨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전 비서 공모씨 등 관련자들의 금전거래 사실을 청와대가 먼저 알았다는 겁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찰이 수사상황을 조직 수장인 조 청장에게 알리지도 않고, 청와대에 먼저 보고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청와대가 디도스 공격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더욱 더 짙어지는 대목입니다.

2일 선관위 디도스 공격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경찰. 출처 : 오마이뉴스


또한 청와대 행정관과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 비서들이 1차 술자리를 가졌다는 조사 내용도 청와대에 실시간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수사팀의 보고를 받은 직후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전화내용도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씨의 계좌에서 이미 구속된 디도스 공격 실행범들에게 총 1억원이 이체된 것으로 조사됐다는데 사실인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가 외압이 아니라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누가 봐도 청와대가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경찰에 아는 분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수사상황을 이렇게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수사 중인 사항을 보고 받은 청와대가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건 것만으로도 압력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행정관과 한나라당 전현직 비서들이 연루된 사건이기에 더욱 더 그렇습니다.

15일 경찰청 로비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조현오 경찰청장. 출처 : 오마이뉴스


공씨의 자백에 의존해 디도스 공격이 단독범행이라고 단정지은 경찰. 하지만, 그 뒤에 터져나온 금전거래와 여러 가지 정황들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중대 범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요즘 디도스 사건이 김정일 사망 등의 대형 이슈에 묻히고 있는데요.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겠죠.


대다수의 국민들은 비서 한 사람이 단독으로 선관위를 공격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검찰이 현재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디도스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고 있지만, 만약 또 다시 부실 수사로 끝난다면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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