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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북한 방송보고 '김정일 사망' 알았다고? 황당한 국정원

어제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에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출석했습니다. 예상대로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해진 회의 결과를 보니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더군요.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이 전한 내용은 '국정원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북한의 발표 이전에 전혀 몰랐다'였습니다.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도 '북한이 19일 오전 10시에 특별방송을 예고한 상태에서 낮 12시까지 국정원이 파악한 게 뭐냐고 물었지만 국정원장이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남과 북이 나누어져 있는 한반도에서 제일 신경을 써야 할 정보가 북쪽 정보일텐데... 대북 정보를 총괄한다는 국정원이 북한 방송을 보고 '김정일 사망' 소식을 인지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북한 방송을 보고 이 소식을 알았다고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관련 TV 뉴스를 보고 있는 시민들. 출처 : 오마이뉴스


특히 북한이 예고한 특별방송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의 특별방송은 지난 1994년 김일석 주석 사망 대 한번 한 게 전부라고 하네요. 이와 같은 전례를 생각했더라도 김정일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정보 당국이 너무나 안이했습니다.

올해 국정원 예산은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4963억원이 책정됐고, 예비비 3천억원 등을 포함하면 1년에 1조원 가까운 돈을 쓴다고 전해졌습니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이 예산의 대부분을 북한정보 수집에 쓴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1조원이라는 큰 돈을 쓰면서 대북 정보를 수집한다는 국정원이 제일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원세훈 국정원장. 출처 : 오마이뉴스

어쩌다가 국정원이 이 지경이 됐을까요. 야당은 원세훈 원장의 잘못된 인사정책과 정보 유출이 이와 같은 실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원 원장 취임 이후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라인이 대거 바뀌면서 정보 공백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 정책에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져 내려온 북한과의 교류가 단절됐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서먹해졌습니다.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외교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사망' 자체에도 놀랐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한 국정원의 무능력에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잘못이 드러난 이상 원세훈 원장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그와 동시에 정부는 대북 라인 복원과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 정책을 바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불안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만의 하나 일어날 수도 있는 북한의 급변 사태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하루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 실천하십시오. 그게 불안한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입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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