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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강용석의 개콘 감상평엔 냉소만, 부끄럽다

그저께 KBS 개그콘서트 다들 보셨나요? 저는 개콘을 보면서 이렇게 짜릿한 기분을 느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들은 권력자에게 굴하지 않았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국회의원 모욕죄로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한 이후 처음으로 전파를 탄 개콘에서 개그맨들은 마음껏 '강용석 의원을 위한 개그'를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제게 시사 개그를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특정 한 명이 하지 말라고 한다면 저는 끝까지 하겠습니다." (개그맨 최효종)

"올 연말 연예대상은 누가 받게 될까요? 유재석? 이경규? 전 올 한 해 최고의 웃음을 안겨주신 마포에 있는 한 국회의원에게 드리고 싶습니다."(개그맨 황현희)

"여러분 이렇게 하면 고소당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개그맨 박성호)

개그콘서트 캡쳐. 출처 : KBS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속이 시원하다' '개그가 시사보다 낫다' 등의 의견을 보이며 개콘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웃자는 시사 개그에 죽자고 덤벼든 강 의원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강용석 의원의 생각은 시청자들과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강 의원은 어제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equity1/)에 개콘 감상평을 올렸습니다. 강 의원은 자신의 아들들과 함께 개콘을 봤더군요. 블로그에는 각 코너를 캡쳐한 장면까지 있었습니다.

강 의원은 코너마다 자신의 고소를 꼬집는 아이디어에 "창작성이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소재와 방식을 잡아내는 것을 보니 작가와 개그맨들의 불꽃튀는 창작성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치 개그맨들을 치하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작가들과 개그맨들을 다시 한번 비꼬는 것 같았습니다.

강용석 의원 블로그 캡쳐 화면.


또한 강 의원은  "나꼼수 강용석 특집편에 슬램덩크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에, 개그콘서트 강용석 특집편에, 연예대상 공로상(대상까지는 꿈도 못 꾸고 그래도 시청률에 기여했으니 공로상이라도)까지 받으면 이건 뭐 거의 '그랜드 슬램' 아닌가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 의원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즐기고 있나 봅니다. 그 다음 말이 압권.

"최효종은 제게 짜장면이라도 사야겠습니다...(엉뚱한 사람한테 얻어먹지만 말고...)"

개콘에 대한 냉소는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랜드 슬램' '연예대상'이 정말 탐나는 건가요? 부끄럽습니다. 자신의 사건을 변호하기 위한 고소는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합니다. 강 의원의 블로그 달린 1만2천개 가까운 댓글만 읽어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강 의원은 지금이라도 최효종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개그맨들에게 사과하십시오. '고소한 맛'을 보기 전에.

p.s. 강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equity1/90129845945)에 며칠 전 최효종씨에게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썼군요. 최효종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겠다는 말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다행이긴 하지만, 씁쓸하고 부끄러운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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