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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리한 종편 개국, 풍성한 콘텐츠는 없었다

주말에 집에서 틈틈이 종합편성 채널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채널 접근성은 좋더군요. 10번대에 몰려 있어서 지상파 채널에서 채널을 넘기다 보면 종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종편 채널 배정으로 케이블 채널이 엉켜버려서 그동안 기억했던 케이블 채널이 뒤집어진 터라 다른 선택이 없었거든요. 계속 채널을 넘길 수밖에. 그래서 채널을 넘기는 동안만이라도 많은 시청자들이 주말 동안 종편을 봤을 것 같더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로그램 수준이 기대 이하였습니다. 촌스러웠습니다. 자막부터 카메라 워킹 그리고 프롬프터 유무까지 무엇하나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시청자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종편의 수준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종편 개국날 발생한 각종 사고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상황. 종편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겠더군요.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어 "불법적인 종편특혜 청문회를 실시하라"고 외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특히 재방송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종편이 아니라 그냥 그저 그런 케이블PP 같았습니다. 명색이 종합편성 채널인데 프로그램만 보면 전혀 종편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종편 편성표를 분석한 기사를 보니 재방송 비율이 너무 높더군요. MBN의 경우 4일 하루 모두 17시간 20분에 걸쳐 가장 많은 재방송 프로그램을 방송했다고 합니다. 24시간의 72% 수준이죠. MBN은 3일에도 13시간 10분(54%)을 재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송했고 평일인 5일에도 9시간 30분(40%)을 재방송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니 말 다했습니다.

채널A의 경우 4일 전체 방송시간 20시간 50분 가운데 41%인 8시간 20분을 재방송했고 3일에도41%, 5일에는 35%를 재방송 프로그램으로 채웠습니다. jTBC도 5일 전체 18시간 방송시간 가운데 42%인 7시간 45분을 재방송으로 편성했다고 돼 있더군요.

누가봐도 정상적인 방송이 아닙니다. 지난해 지상파 재방송 비율은 21.2~23.2%라고 하던데 이와 비교하면 지난 주말 종편 재방 비율은 너무 높았습니다.

물론 개국 초기라서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종편 개국이 무리수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12월 개국이 절실했던 집단. 무리한 개국은 그들의 시간표를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인 강호동씨의 23년전 행적을 보도한 채널A. 출처 : 채널A 캡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입니다. 강호동의 23년 전 영상을 단독 보도하는 방송을 봐야하고 재방송으로 점철된 방송을 봐야 하는 시청자들, 잘 보고 있던 케이블 채널을 볼 수 없는 시청자들. 우리가 바로 피해자입니다.

저조한 시청률, 그 중 0%의 시청률도 기록한  있는 프로그램까지 나온 상황에서 신문들과의 광고 연계 등을 내세우며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 단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방송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지길 바란다고 종편 개국을 축하했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풍성한 콘텐츠는 없습니다.

콘텐츠 대신 비판하는 목소리만 풍성합니다. 무리한 종편 개국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원성과 언론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만.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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