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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박원순 시장의 첫 출근길,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다

어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첫 출근을 했습니다.

새벽 6시 30분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한 박 시장은 9시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으로 출근했습니다. 박 시장은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했고 시민들은 박 시장을 격려했습니다.

"서울시장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좋은 시장 되겠습니다."
"서울시에서 잘못한 거 있으면 인터넷에 올리시고요 저한테 신문고도 올리세요."

박 시장은 그렇게 첫 출근을 시민들과 함께 지하철로 했습니다. 그런데 박 시장이 동작역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역 관계자들의 '오버'라고 하던데요. 박 시장이 첫번째 칸쪽으로 이동하는 중에 열차가 계속 멈춰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박 시장이 지하철에 올라탈 때까지 문을 열어두려는 계산이었나 봅니다.

지하철 타는 박원순 시장. 출처 : 오마이뉴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몰랐던 박 시장이 상황을 알아채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차가 사람을 기다려요? 일단 빨리 가세요! 이거 잡은 겁니까?"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시민들을 생각한 겁니다. 지하철은 정해진 시간, 스케줄에 맞춰서 운행돼야 하는 법.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는데 오히려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판단을 한 거죠.

박 시장의 한마디에 놀란 관계자들이 얼른 지하철을 출발시키라고 신호를 보냈죠. 가식이나 꾸밈을 원하지 않는 박 시장의 모습이 잘 드러난 해프닝이었습니다.

어제 선후배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 상황이 화제가 됐는데요. 이 얘기를 듣고 있던 한 선배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더군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출처 : 오마이뉴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장애인 체험을 했다고 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탔다고 하네요. 장애인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체험하기 위한 것이었겠죠.

노 전 대통령이 휠체어를 타고 종로 쪽 지하철역 통로를 지나고 있을 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딱 마주쳤습니다. 그때 노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는군요.

"혹시 누가 시켜서 오셨습니까?"

즉, 캠프 관계자가 일부러 '그림'을 만드려고 장애인과 마주치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나 의심한 겁니다. '다행히' 이 분은 정말 가던 길을 가시는 분이었는데요. 노 전 대통령이 '조심히 잘 가세요'하고 보냈다고 하네요.

이 일화도 보이기 위한 행보, 가식, 꾸밈을 좋아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황이었습니다.

시청으로 출근하는 박 시장. 출처 : 오마이뉴스

박 시장의 첫 출근길 해프닝과 노 전 대통령의 장애인 체험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기존의 정치질서를 뒤흔드는 행보도 닮았습니다. 소탈한 모습도 그렇고요.

박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순종하는 공무원 원하지 않는다, 서울시민과 서울시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대들기도 해달라. "시장실에만 있지 않고 늘 여러분이 계시는 곳으로 가겠다."

박 시장이 시민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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