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직접 본 국회 앞 경찰 물대포 강경진압, 처참했다

어제 국회는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한미FTA 비준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서한까지 보낼 정도로 정부와 여당은 10월 중 비준안 처리를 원했지만, 야당은 결사항전을 외쳤습니다. 자칫하다간 다시 본회의장 몸싸움을 벌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10월 비준안 처리는 물 건너 갔지만, 국회 바깥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비준 처리에 반대하는 시민 1만여 명과 경찰이 오늘 오후 국회 앞에서 충돌했습니다.

국회 정문 쪽으로 행진하려던 한미FTA 저지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경찰에 길이 막히자 순복음교회 방향 한강 둔치를 통과해 국회 후문에 집결했습니다.

대학생들이 선두에 서서 둔치를 따라 뛰었고, 그 뒤를 시민들이 따라갔습니다. 도로만 막고 있던 경찰은 시위대를 쫓아갔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뛰다가 넘어지는 경찰도 보였습니다.

절규하는 대학생.


시위대는 '한미FTA 비준 반대' '국회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고,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국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국회 앞에서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은 일부 저지선이 뚫리자 물대포를 발사하며 '토끼몰이식' 진압에 나섰습니다. 국회 안까지 시민들이 들어가자 경찰이 위기감을 느낀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찰 무전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급했습니다.

물대포 쏘는 경찰.


"야~ 뭐해! 빨리 쏴! 앞으로 나와서 쏘란 말이야!"

닥치는 대로 물대포를 쏘더군요. 경찰이 서 있건 말건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덕분에 취재하던 저도 젖었답니다. 국회 코앞에서 그렇게 물대포를 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물대포를 맞는 사람들.


경찰은 국회 안으로 진입한 시위대들도 강제 연행했습니다. 처참했습니다. 사람을 마치 짐승 다루듯 하더군요. 경찰은 시위대의 사지를 들고 질질 끌어서 연행했습니다. 국회에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려고 했던 시민들은 그렇게 민의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국회에서 쫓겨났습니다.

경찰에 팔다리를 붙잡힌 시민들과 학생들은 "한미FTA 반대한다!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국민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사정해봤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연행되는 대학생.


국회에서 끌려나오는 여성.


경찰은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물대포를 계속 쏘며 시위대를 기어이 서강대교 앞까지 밀어내더군요. 진압 과정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 시위 참가자 수십 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저께 10.26 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한나라당은 당명 교체까지 염두해 두며 환골탈태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보선이 끝난지 이틀 만에 공권력은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며 민심을 외면했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모여 있는 국회. 국민들은 절규와 탄식만을 남긴 채 끌려나와야 했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