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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오세훈 시장이 날려버릴 500억이 아깝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오늘 아침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한나라당 서울시당협위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물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했죠.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오 시장이 인사할 때 여기 저기서 "화이팅!" "힘내!"라는 격려 구호가 들렸습니다. 양복을 입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등산화에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오 시장은 결연한 각오를 보였습니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가 단순히 무상급식을 놓고 하는 투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고 한나라당의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홍 대표도 '각 지역 위원장이 나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투표를 하러 가지 말라는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1일 눈물을 닦는 오세훈 서울시장. 출처 : 오마이뉴스

홍 대표는 어제도 "한 동네에 살면서 민주당 투표 참관인에게 낙인 찍힐까봐 투표를 꺼려하는 분들도 있다"며 "이런 식의 공개투표 조장행위는 심각한 헌법위반"이라고 밝힌 바 있죠. 지더라도 민주당 책임이라는 겁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내일 밤 9시가 되면 투표율이 공개됩니다. 유효 투표율 33.3%를 과연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요. 투표거부 운동도 선거 운동이라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있어던 만큼 유효 투표율을 넘지 못한다면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은 거부당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오 시장이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었다고 해도 현재 상황을 볼 때 유효 투표율 33.3%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제일 눈에 띄는 게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었던 표입니다. 현 투표인수는 838만여 명. 유효 투표율 33.3%를 넘기려면 279만여 명이 투표를 해야 하죠.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표는 208만여 표. 즉 당시보다 71만여 표를 더 얻어야 한다는 계산인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21일 무릎꿇은 오세훈 서울시장. 출처 : 오마이뉴스

뚜겅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주민투표 실시와 오 시장의 '조건부 시장직 사퇴' 선언으로 시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게 생겼습니다.

이번에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들어가는 예산이 182억 원. 그리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는 3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오 시장의 '결단'으로 인해 시민들의 세금 500억 원이 날아가는 셈입니다.

전면 무상급식을 위해 서울시가 보조해야 할 예산이 695억 원이라는 것을 떠올려 볼 때 너무나 큰 돈입니다. 또한 한 학기 등록금 500만 원에 울고 있는 대학생 1만 명을 웃게 만들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너무 아깝네요. 전면 무상급식의 찬반 주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오 시장이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한나라당 가치 확산'을 위해 들어가는 500억 원이 아깝습니다.

그동안 경기도처럼 타협할 기회가 수없이 있었는데 초강수를 둔 오 시장. 과연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이번 주민투표를 정치투표로 변질시키고 편을 가르는 투표로 만들어 버린 오세훈 시장은 500억 원도 허공에 날려버리게 생겼네요. 너무 아깝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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