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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주민투표일 직접 찾아간 순복음교회 "기도하고 하나님 뜻에 따라..."

어제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은 예상대로 유효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하고 25.7%에 그쳤습니다. 서울시민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부수와 눈물에도 투표장에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투표가 끝난 뒤 상황실로 찾아온 오 시장의 표정은 어둡더군요.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정확한 시장직 사퇴 시기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제 서울시청에 마련된 상황실로 가기 전에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들렀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수요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근 대형교회 목사들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독려 발언이 논란이 됐었는데요. 그런 발언이 투표일에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회에 가서 직접 설교를 들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순복음교회 예배는 처음이었는데요.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 하더군요. 성가대는 웬만한 오케스트라 합창단 저리 가라였고 찬양팀의 위세도 대단했습니다. 성도들이 앉는 공간도 정말 크더군요. 그 자리가 다 찼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이곳에 와서 예배를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용기 목사가 원로목사로 물러난 뒤 담임목사를 맡은 이영훈 목사가 설교를 했습니다. 선관위의 주의와 언론의 지적이 있어서 인지 설교가 끝날 때까지 이 목사는 주민투표에 대해서 별 말을 하지 않더군요.

사실 설교가 끝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자리 안쪽까지 밀려온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앉아 있는데 교회 소식이 끝나고 이 목사가 "서울시 무상급식안 투표가 있습니다"라면서 말을 꺼내더군요.

이 목사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기도하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에 따라 결정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이라니...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어제 순복음교회 수요예배.


이어 이 목사는 "'투표하라'고 그러면 위법이래요"라면서 "그래서 기도하고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인데 말도 조심해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같은 이 목사의 말에 대해 예배당을 가득 메운 신도들은 큰 목소리로 "아멘"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신자들.


물론 직접적으로 '투표하라'는 말은 안 해서 문제가 될 것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더 큰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조용기 목사 등의 발언으로 유추해 보면'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이 바로 오세훈 시장의 안을 지지하는 것이겠죠. 즉, 신의 뜻이라는 겁니다.

왜 아이들의 밥 문제를 정치 문제로 변질시킨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까지 하며 도와야 하는지... 답답했습니다.

어젯밤 서울광장은 축제. 출처 : 오마이뉴스


어젯밤 서울광장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주민투표에 반대했던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개표 무산을 자축했습니다. 먹을 거리를 가운데 두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중에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잔칫날처럼 국수를 나눠 먹고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는 사람들로 채워진 서울광장은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복지포퓰리즘에 맞서겠다며 눈물을 보이며 시장직까지 걸었지만 차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원하는 서울시민들의 마음은 돌릴 수 없었습니다.

어젯밤 입장발표를 마치고 떠나는 오세훈 서울시장. 출처 : 오마이뉴스


무엇이 '하나님의 뜻'일까요? 마음이 답답한 아침입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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