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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반값등록금 요구가 포퓰리즘 정치 때문? 황당하다

어제 보도를 보니 전·현직 총장 400여 명이 소속된 사단법인 한국대학총장협의회가 발송한 편지가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 편지는  총장협의회가 지난주 긴급이사회에서 채택한 반값등록금 관련 정책 건의문이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황당하더군요. 전, 현직 대학 총장들은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게 포퓰리즘 정치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었습니다.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적 정치 구호로 시작된 반값등록금 문제로 인하여 면학에 열중해야 할 대학생들이 촛불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대학생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정치적인 구호로 해석하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하는 학생들, 생활비를 줄여 자녀들의 등록금을 채워야 하는 학부모들. 그래도 등록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정치적인 구호라고 매도하기보다 최근 불거진 사립대 적립금 문제입니다. 지난번 민주당과 현직 총장들의 간담회를 보니 총장들은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더군요. 이들은 '적립금을 등록금 인하에 쓴다면 다른 곳에 투입한 비용이 없어진다'고 버텼다고 합니다. 등록금을 왜 다른 데 써야 합니까. 등록금은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쓰던가 남으면 다음해 등록금을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해하기 힘든 주장입니다. 지금까지 관행상 해왔던 일이라도 이렇게 회계 처리 과정이 공개된 이상 바로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제 공개된 전, 현직 총장들의 정책건의문에서는 대학의 변화보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노력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고등교육비를 늘리고 등록금 관련 정책은 대학에게 맡겨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국가 감사기관이 대학 등록금의 책정 기준을 조사·평가하고 동일한 기준을 제시하려는 감사계획은 대학 자율성을 심대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등록금 책정 문제는 대학과 대학교육협의체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대학적림금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습니다.
 
"대학적립금은 대학의 미래에 대비한 준비금이므로 등록금 인하와 직접 연계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촛불을 든 학생들을 향해 훈계까지 하더군요.

"등록금 문제로 거리에 나선 대학생들의 심정은 이해되나, 이제 이 문제를 대학과 대학교육협의체, 교육과학기술부에 맡기고 성의 있는 대책을 기대하면서 학원으로 돌아가 면학에 열중하기를 호소한다."

대학들은 아직도 학생들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은 것 같습니다. 생존권과 관계된 요구를 정치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대학의 일은 대학에 맡겨달라는 전,현직 총장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며 그 등록금을 학교에 적립해온 일부 대학들의 행위를 보면 더욱 더 그렇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일방적인 요구를 하기 전에 대학들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고통에 더 귀를 열고 등록금 부담을 경감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반값등록금 요구를 포퓰리즘 정치 구호라고 깎아 내리는 주장은 더 이상 듣기 싫습니다. 대학들이 먼저 자성하는 모습, 고민하는 모습부터 보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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