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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민 피눈물 저축은행 수사, 결국 용두사미

어제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의 부당한 예금인출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85억여 원의 특혜성 예금인출이 부산, 대전저축은행에서 일어났다며 관련 임원 3명을 추가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매듭지었습니다.

그야말로 용두사미입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특혜 예금인출 수사의 끝은 초라했습니다. 이번 특혜성 예금인출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이른바 VIP 고객 수십명에게 예금을 몰래 인출해준 사실이 밝혀져 영업정지라는 날벼락을 맞고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30만 명의 고객들이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축은행은 시중 은행들보다 예금 금리가 높다는 장점이 있죠. 그래서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서민들의 돈이 꽤 많이 몰립니다. 안전성은 떨어지지만 저축은행을 이용해 돈을 조금 더 불리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집회를 벌이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대책위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런데 영업정지로 예금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VIP들에게만 편법으로 돈을 빼준 것은 정말 서민들만 피해를 떠안으라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누구 돈은 중요하고, 누구 돈은 안 돌려줘도 상관없다는 사고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특혜성 예금인출에 대한 검찰 수사는 피해자들을 더 분노하게 했습니다. 당장 피해자들은 검찰의 수사가 미흡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검찰이 지목한 특혜인출 범위가 너무 작다는 겁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검찰이 지난 2월 17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가기 3주 전에 부당 예금인출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로는 영업정지 전날의 마감시간 이후에 이뤄진 인출만 특혜로 판단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판단입니다. 무더기 예금인출이 발생한 것은 1월 15일 이후부터이고 그 당시 금융당국이 이미 내부적으로 영업정비 방침을 세웠다고 하는데도 정보가 사전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지난 5월 저축은행 사태 국정조사를 초구하는 시민단체회원들. 출처 : 오마이뉴스


더군다나 일부 지점에서 영업시간 이후 인출된 160억여 원 중 57억 원만 문제를 삼았다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영업시간 이후 인출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특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특혜성 예금인출 수사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철저한 수사가 아니라 어떻게든 의혹을 축소하려는 느낌마저 듭니다.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도 실체가 없다고 결론지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정사회라는 말은 많이 들리는데 돈없고, '빽'없는 서민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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