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마련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100석 정도 되는 서울 성동교육청 강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과 시민들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정 박사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경청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강연이라 청중들의 집중도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좋더군요.
논란이 되고 있는 체벌과 관련된 내용이기도 하고 정 박사의 강연 내용을 공유하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블로그를 통해 어제 특강 내용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우선 정 박사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22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마련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정 박사는 체벌 및 폭력이 우리 사람에게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정신적인 면에서 설명했습니다. 정 박사는 한 교통사고의 예를 들어 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이점을 적나라게 드러냈습니다.
"몇해 전 뉴스에서 어떤 신혼부부가 차를 몰고 가는데 앞에 달리던 화물 트럭에서 뭐가 튀어 나와서 운전하던 신랑이 즉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따라 가던 사람은 즉사를 할 정도로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는데 사실 그 트럭 운전사는데 자기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죠. 나중에 우연히 이런 일이 있어서 이 사람의 삶이 망가졌다고 그러면 '난 그런 의사가 없었다, 난 그냥 갔다'고 그럴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이 바로 체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겁니다. 정 박사는 "학교 폭력이나 체벌도 이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많이 느낀다"면서 "가해자와 받아들였던 사람 사이의 온도차이가 급격이 나기 때문에 '아이한테 그렇게까지 할 의도가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급격한 온도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박사의 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그냥 아이를 위한 체벌인데, 교육을 위해서인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폭력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라는 거죠.
정 박사는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들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남자의 상담 사례였는데 이 남자는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당한 구타 때문에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아버지처럼 자식을 때릴까봐 두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정 박사는 폭력 DNA가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내가 언제든 아버지와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 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결혼을 안 했습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걸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한 인간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기억, 경험이 성인이 된 다음에도 생생하게 파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트라우마'라고 하죠. 사람한테 폭력이 무엇인대 이 사람의 삶을 지배하느냐, 그게 무서운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박사는 폭력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고 밝혔습니다. 폭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어느 순간에 폭력에 대한 공포라는 것을 문제 해결의 도구로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폭력이 주는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어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마련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정 박사는 5공화국 당시 고문을 당했던 상담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폭력 그 자체보다 치유하기 어려운 게 '내가 굴복했다는 느낌"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문자가 행하는 고문이나 학교에서 행하는 체벌이나 부모가 행하는 체벌이나 다 같다, 굴종과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다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폭력이 무섭습니다. 물리적으로 망가지는 게 아니라 내 자유의지가 완전히 마비되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굴복했다는 경험이 사람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립니다."
이어 정 박사는 "어떤 수사를 붙여도 폭력이라는 것은 인간한테 결정적인 손상을 미친다"며 "폭력은 폭력이다, 교육적 폭력이란 말은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모가 사랑의 매를 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폭력으로 전달되는 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망가집니다." 어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마련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정 박사는 "아이를 키울 때 애들은 약하고 방어력이 없으니까 가능하면 신선한 것으로 먹이면서 아이들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지는 폭력은 왜 어른보다 더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직장생활하면서 상사가 때린다 그러면 견디지 않지 않냐"고 반문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인권은 있습니다. 맞지 않아야 할 인간의 권리 말입니다. 어제 정 박사의 강연을 들으면서 어떤 이유로도 체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일선 선생님들은 아이들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망가질 것을 뻔히 아는데도 체벌을 가할 수는 없습니다. 체벌은 아이들에게 폭력의 공포를 심어줄 뿐입니다. 정 박사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어제 고문을 당한 사람들의 상담 사례를 소개하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던 정 박사는 "학교 체벌을 인정하는 틀 자체를 놔두고 이 안에서 '직접이냐 간접이냐'를 따지는 것은 인간이 감옥에서 사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일갈했습니다. 갈 길이 멀고 험하다고 해서 아이들을 낭떠러지로 무턱대고 밀어 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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