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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직접 본 최시중 후보자의 눈물, 진정성 없었다

어제 국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방통위를 이끌었던 최 후보자가 연임에 나선 겁니다.

예상대로 청문회의 시작인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하게 된 청문회를 두고 공방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여당이 최 후보자 임명 강행을 위해 청와대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채택을 거부했다고 비판했고, 여당은 민주당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연임할 때에는 인사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증인과 참고인 없이 시작된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하던 최 후보자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위원장에 내정된 뒤 일부 언론에서 언론 자유를 억압한 당사자라는 비난한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을 느낍니다. 독재 정권에 항거해 고문당하고 투옥당하며 언론인의 '기자도'를 지키려 노력한 내게 참기 힘든 모욕입니다."

17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도중 울먹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처음에는 최 후보자가이 자신의 잘못된 언론 정책을 뉘우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습니다.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야당 및 시민단체는 물론 언론매체와 일반 국민들까지 지난 3년 동안 방통위를 이끌었던 최 후보자가 '언론 장악을 했다'고 지적하며 사퇴를 요구한 것이 많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최 후보자가 눈물을 지으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억울한가?' 아니면 '쇼인가?'. 둘 중 어느것이든 최 후보자는 눈물을 통해 자신이 언론 장악 등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셈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 후보자는 KBS, MBC 사장 교체 외압 의혹과 YTN 해직기자 문제와 연관된 사람입니다. 또한 보수 신문 종편 채널에 황금 채널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히며 특혜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지상파 방송 사장을 교체하는 것도 모자라 보수 신문 종편 채널 먹여살리기에 나선 겁니다.

17일 인사청문회에서 동아일보 채널A 일부 주주의 이사회 의결서가 심사일보다 늦게 도착했다고 밝히고 있는 장병완 민주당 의원.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 순위에서 2006년 31위였던 우리나라가 2009년에는 69위까지 추락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언론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의 감시가 심해졌다는 뜻이겠죠.

특히 청문회에서 불거진 동아일보 종편 채널A 부실 심사에 대한 의혹은 최 후보자의 억울함을 설명하기에는 모자랍니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동아일보 종편 채널A의 2,3대 주주들이 이사회 의결서를 종편 신청일보다 80일이나 늦은 올 2월에 제출했지만 감점처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후보자가 자신이 몸담았던 동아일보의 종편 선정을 위해 부실, 편파 심사를 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종편 심사는 심사위의 결정을  존중해 의결했다면서 동아일보에 대한 특혜는 있을 수도 없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최 후보자는 언론 장악에 앞장섰다는 비난에 울먹이며 억울함을 나타냈지만, 또 다시 언론 독점 우려를 낳고 있는 종편 사업자 특혜 의혹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만약 최 후보자가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동안 행동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보였여야 했습니다. 연임에 나선  최 후보자의 눈물이라서 그런지 가슴에 와닿지 않고 진정성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최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직을 연임하면 종편 채널의 안정화에 노력할텐데... 그것도 언론자유를 위한 길인지 최 후보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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