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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강용석 의원의 국회 징계가 늦어지는 이유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허명산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았습니다.

검찰은 '입법에 관여하는 국회의원이 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허위로 고소하고 명예를 훼손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강 의원이 2년을 구형받은 선거 공판에서 법원에 변론재개 신청을 해서 이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그렇다면 국회의 징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강용성 의원 징계의 건은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일치감치 국회 윤리특위에 상정됐습니다.

지난해 국회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연 강용석 의원.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아시다시피 지난해 8월 2일 강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위해 열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여야 의원들은 회의 공개여부를 놓고 맞섰습니다. 여당은 국회법에 따라 징계회의는 비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개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이를 둘러싼 대치로 정회를 거듭한 국회 윤리특위는 가까스로 강 의원의 징계안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상정된 것으로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봄에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징계안에 대해 심사를 해 의견을 특위에 전달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당시에는 자문위원회가 없었다는 것. 자문위원회에 대한 국회규칙이 운영위에 계류 중인 탓에 자문위가 구성조차 되지 않아 강 의원에 대한 징계를 바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국민들이 관심이 시들해졌을 무렵인 11월 드디어 자문위가 구성됐습니다. 한나라당 추천인사 4명, 민주당 추천인사 4명, 총 8명이 위원으로 인선됐지만, 위원장을 정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습니다.

어쨌든 자문위의 구성으로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심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데 왜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아직도 처리되고 있지 않을까.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 윤리특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손범규 의원에게 전화를 해봤습니다. 손 의원은 자문위 위원장 선임 문제를 놓고 민주당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늦어진다고 말하더군요. 이어 손 의원은 자문위의 심사 결과만 넘어오면 윤리특위는 그 의견을 존중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에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물어서 윤리특위는 그 의견을 존중하게 돼 있어요. 우리가 법을 어길 수도 없고... 윤리특위의 징계가 왜 이렇게 늦어지냐고 하는데 우선 자문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나와야 할 수 있습니다."

손 의원은 강 의원을 비호할 생각도, 이유도 없다면서 자문위가 의견을 빨리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정말 손 의원의 말대로 위원장 선임을 놓고 민주당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비서실장과 통화해 봤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하더군요.

이상해서 바로 한 자문위원회 위원과 통화를 해봤습니다. 강 의원 징계안에 대한 심사가 왜 늦어지냐고 물어봤더니 손 의원의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 강용석 의원 징계안은 자문위원회에 넘어와 있는데요. 다른 징계안하고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해서 못 하고 있어요. 지금 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회의 소집권자가 있어서 회의는 할 수 있습니다."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자문위원회에 올라와 있지만, 다른 징계안과 함께 처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8월 2일 열린 국회 윤리특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위원장과 간사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결국 칼자루는 아직도 국회 윤리특위가 쥐고 있었네요. 자문위의 의견 도출은 국회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이 넘어와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윤리특위가 전체회의를 열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 회의에서 다른 안건을 자문위에 넘길지는 미지수입니다. 강 의원의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는 바로 처리될 것 같던 국회의 징계는 기약이 없습니다. 윤리특위에서 결정된 징계 수위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하니까 자칫 잘못하면 18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강 의원은 징계를 받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 뿐만이 아니라 결론이 나지 않은 나머지 49건의 안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7월에 접수된 징계안을 아직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국회 윤리특위. '자기 머리 자기가 못 깎는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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