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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버스 기사가 남긴 울분, "그까짓 쉬는시간 몇분이라고요?"

지난주 광역버스에 대한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잇따라 일어난 광역버스 관련 사고의 원인을 생각해보는 글이었는데요. 요점은 운전기사들의 과실도 물어야겠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글에 여러분이 댓글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대부분 제 의견에 동조를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 댓글 중에 눈에 띄었던 게 있었는데요. 바로 지금 버스 운전을 하고 있는 기사 분이 쓰신 댓글이었습니다.

저 혼자 보기 아까워서 블로그를 통해 다시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댓글이었지만, 버스 운전기사들이 왜 과속, 난폭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지 기사들의 고충이 잘 묻어 있습니다. 한번 읽어주세요.

도로를 달리고 있는 광역 버스(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저도 버스 운전 합니다..모든 버스가 그렇습니다..
버스 운행엔 정해진 배차시간이 있습니다..
또는 정해진 배차간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의 기준은 차량흐름이 원활한 상황기준입니다.
차량 정체나 승객들의 승하차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집니다.
또한 변수라는게 있죠.교통흐름이 항상 같은순 없으니까요.

문제는 어떤 상황이라도 가능한 정해진 시간은 맞추어 내보낸다는겁니다.
전혀 쉴시간을 안줍니다. 말그대로 세시간동안 운전하고 나서 화장실 갔다가 다시 세시간동안 운전하고 커피한잔 마시고 다시 세시간동안 운전하고..

자기 쉬는시간을 기사 스스로가 만들어야하는거랍니다. 어이없게도 일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휴식시간이 더 짧아집니다.

그러니 과속,난폭운전,신호위반을 해가면서 다니는거죠. 그까짓 쉬는시간 몇분이라구요?..그잠시의 시간이 없으면 사람인이상 졸리고 무감각해집니다.

그게 쌓이다보면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기사 스스로가 편하자고 찾는 휴식이 아닙니다.
고정적인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바뀌어야합니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저는 이  댓글을 읽으면서 '자기 쉬는 시간을 기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휴식시간이 더 짧아진다'는 현실도 정말 아이러니 합니다. 휴식 시간을 만들기 위해 과속을 하는 현실,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휴식이 필수입니다. 다들 경험하셨을 겁니다. 피곤할 수록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몸은 말을 안 듣고, 정신도 몽롱해지죠. 그런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되면 사고 위험은 훨씬 높아집니다.

경찰은 이번달 중순부터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고 있는 광역 버스의 과속, 신호위반, 난폭운전 등을 단속 중이라고 하는데요. 단속보다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버스 운전기사들이 난폭하게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버스 기사분의 댓글처럼 기사 스스로가 편하자고 찾는 휴식이 아니라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휴식입니다.

지난 10월 서울 을지로2가에서 발생한 광역 버스 관련 사고 모습. 출처 : YTN 캡쳐

물론 버스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각 지자체의 교통 정책과 교통 상황도 영향을 미치겠죠.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운전기사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합니다. 운전기사들의 잡고 있는 핸들이 시민들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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