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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구제역 초기방역 실패한 정부, 가축 매몰도 실패

구제역 사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몰 처리됐고, 벌써 2조 원이 넘게 들어간 비용과 보상비, 피해액 등은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도 없습니다.

초기 방역만 잘 됐다면 이렇게 큰 피해는 없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키웠습니다. 지난 11월 경북 안동에서 첫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지 며칠이 지나서야 출입 통제에 들어간 것은 너무 늦은 조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에 대한 시인과 반성은 커녕 국민들과 농민들이 문제라는 듯이 훈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정부는 구제역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가 아니였습니다.  담화 대부분을 설 연휴를 맞아 국민들이 정부의 방역을 잘 따라달라는 요구와 해외 구제역 발생 농가 방문 자제 요청에 할애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 구제역 소를 매몰한 경북 안동시 풍천면의 한 구제역 소 매몰지.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기다가 구제역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지난달 27일에 열린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해 '매뉴얼대로 대응을 했는데 매뉴얼에 문제가 있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는군요. 황당했습니다. 매뉴얼대로 했다니...

구제역 매뉴얼의 주요 내용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파주에서 발생한 구제역을 22일 만에, 소·돼지 2천200여 마리를 살처분하는 피해만으로 막았죠. 구제역 신고가 들어온 직후 군까지 동원한 완벽한 초기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방역 실패와 책임 떠넘기를 보여준 정부. 이번에는 부실한 가축 매몰이 걱정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가 구제역 가축 매몰지 1844곳을 조사한 결과 약 17%가 하천 인근이나 팔당상수원 권역 또는 급경사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즉, 가축을 매몰해서는 안 되는 곳에 가축을 매몰한 거죠.

2일 낮 경북 안동시 풍산읍의 한 축사 입구에 '구제역 발생'을 알리는 팻말과 '출입통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이 중에 지반침하는 47%, 배수로-저류조 부실은 56%, 침출수 유공관 부실은 45%로 시설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경기도가 매몰지 주변에서 채취했다는 831건의 시료 수질을 검사한 결과 27.4%가 식수 부적합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수질 오염은 곧바로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죠. 병원성 미세 세균 등이 식수를 통해 퍼진다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제 날이 풀려 얼어 있는 가축 매몰지가 풀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정부의 입장을 보니 정말 가관입니다. "언론보도가 과장됐다", "불안해할 것 없다"는 식이라고 합니다. 한나라당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 찻 구제역이 발생된 대전시 동구 하소동. 붉은 원안이 대전천과 인접한 매몰예정지이다. 출처 : 대전운동환경연합

정부는 실태조사 뒤 상시관리 그리고 보강공사 등을 골자로 하는 매몰지 관리대책을 어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매몰지 전체를 조사하지 않을 뿐더러 옹벽 설치 등으로 보강만 하면 환경오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식수 주변에 만들어진 매몰지에 대한 보강 공사로 주민들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실한' 초기 방역으로 구제역 사태를 불러왔던 정부가 가축 매몰도 '부실'하게 하더니 환경 오염에 대한 대응도 '부실'합니다.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매몰지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한 뒤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날이 더 풀리기 전에 빠른 대처가 필요합니다. 구제역 보다 무서운 것은 정부의 부실 대응입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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