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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형사처벌에 전세금 압류? 눈물 쏟은 촛불시민

어제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 손배소송 취하 촉구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기자회견장에는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그리고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당사자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촛불집회 1주년 기념집회 도중 서울광장 무대에 올랐다가 경찰에 검거돼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시민들은 모두 8명. 이들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 등의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행사 방해로 피해를 입었다며 이들에게 2억 35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했습니다. 재판 결과 재판부는 1심에 이어 지난 12월 항소심에서도 서울시의 손을 들어줘 서울시는 언제든지 시민들의 재산을 가압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자가 붙어 현재 3억 원이 넘는 배상금을 연대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은 오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난의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경제적 징벌로 위협하는 것은 국민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소송 취하를 요구했습니다.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 손배소송 취하 촉구 기자회견.

손배소송을 당한 시민들 중 한 명인 원호연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형사상의 처벌을 받은 시민에게 또다시 칼을 들이대는 서울시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국민의 기본권 행사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재산을 가압류 당할 위기에 처한 원씨는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가집행을 당해 언제든지 급여를 압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희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유입니다. 언제든지 전세금을 압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희같은 서민에게는 크나 큰 압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 손배소송 취하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

이 자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법을 빙자해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취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장 몰상식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 탄압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문순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형사처벌 했으면 됐지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거느냐, 그렇게 용렬하고 옹색한 행위를 하지 말고 소송을 취하하라"고 꼬집었습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당시 시민들이 서울시청 광장으로 가게 된 원인이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 때문이라며 (피해액은) 국가가 감내해야 할 손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산 가압류 우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원호연씨.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였던 원호연씨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또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재산 가압류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해 보였습니다. 울먹이며 겨우 말을 이어가던 원씨는 가족 이야기 부분에서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원씨의 눈물을 보고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솔직한 말로 끝까지 내몰린 겁니다. 5,6개월 있으면 대법원 판결이 나면 재산이 끝나는 거잖아요. 회사도 막막해지고. 결혼한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아내한테도 , 장인어른 장모님한테 죄송한 거죠 가장인데 가장 노릇 못 할 수 있으니까...."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화나는 일입니다. 원씨는 피켓 하나 들고 서울광장 무대에서 서 있었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단순 집회 참가자들이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고, 집회 주최자나 주최 단체에 소송을 건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소송을 건 것은 정말 화나는 일입니다.

인터뷰 도중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 있는 원호연씨.

행사에 피해를 봤으니 배상하라고요? 그렇다고 단순히 집회에 참가한 몇몇 개인들에게 몇 억짜리 손배소송을 합니까? 너무합니다. 사실 피해 배상 청구 대상은 시민들이 아니라 시민들을 태평로 쪽에서 서울광장으로 밀어낸 경찰이 먼저입니다.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의 손배소송은 말 안 듣는 시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것으로 밖에 안 느껴집니다. 돈도 돈이지만, 이번 일이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누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단순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모자라 거액의 피해 보상 청구로 시민들을 눈물짓게 하고 있는 서울시. 서울시는 하루 빨리 손배소송을 취하하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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