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누더기된 식당 가격표에 물가 상승 실감하다

지난주에 회사 근처에서 선후배들과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고깃집이었는데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메뉴판이 그야말로 누더기같았기 때문입니다. 제주오겹살, 낙지볶음, 생오리로스 등 거의 대부분의 메뉴의 가격이 종이에 새로 적혀 붙어 있었습니다. 급하게 가격을 바꾼 흔적이더군요. 저번에 왔을 때는 오겹살은 분명히 9,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0이라는 종이가 덧대져 있었습니다.

밥은 맛있게 먹었지만, 메뉴판에 자꾸 눈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가는 길에 식당 아주머니에게 살짝 물어봤습니다.

"메뉴판이 왜 저래요?"
"아,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래. 메뉴판 새로 해야 하는데 언제 오를지도 모르고..."

누더기가 된 식당 가격표에 물가 상승을 실감했습니다.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의 폭등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메뉴도 사정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회사 근처 식당의 메뉴판. 완전히 누더기입니다.

비단 식당 음식값만 오른 게 아니죠. 정말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기름값은 내릴 기미를 안 보이고 통신요금도 그대로 입니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생산자물가를 주도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으로 전년동기 1차 금속제품이 17.9% 올랐고 석유제품(13.2%), 화학제품(11.5%)도 두자릿수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생필품 가격도 많이 올랐습니다. 설탕(11.8%), 고무장갑(9.0%), 일반면도날(8.4%), 새우깡(8.3%), 두부(8.0%), 세탁 세제(7.8%), 마요네즈(6.3%), 분유ㆍ커피(5.4%) 등의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먹는 문제 뿐만 아니라 사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혼자 자취를 사람들도 전월세가 오른다고 난리입니다.

과자값도 많이 올랐죠.



한 선배는 40만원짜리 월세를 20만원 더 올려달라고 그랬다고 화를 내더군요. 한 후배는 방을 더 줄여서 이사한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이 진정되기 어렵다는 거겠죠. 국제 원자재값의 상승세는 그대로이고, 구제역에다가 농산물 작황 부진이 겹치면서 물가 안정은 요원합니다. 정부가 여러 가지 물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습니다. 정부가 가격을 억누르려고 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누적시키는 역효과가 있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렇다고 월급이 그만큼 오르지도 않을 테고... 정말 걱정입니다. 정부가 단기적이고 기업을 압박하는 물가 대책이 아닌 금리인상이나 원화절상 등과 같은 총수요 규제 등을 통해 물가 안정에 더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