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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충청권 과학벨트 백지화 논란이 비판받는 이유

지난 2007년 11월 28일에 저는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건설청에 있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은 '이명박표 세종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도록 할 것입니다."
"제대로 잘 만들겠다는 약속을 충청도민들에게 확실히 약속을 드립니다."
"제가 한번 이야기해도 약속은 지킵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확실히 약속을 드린다' '한번 이야기해도 약속은 지킨다' 이 대통령은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 번이나 약속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약속은 불과 3년여 만에 깨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다"고 밝힌 뒤,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며 충청권 과학 벨트 유치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과학벨트 특별법에 따라 오는 4월에 발족하는 추진위원회가 부지를 선정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2007년 11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말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11월 28일 후보자 자격으로 세종시를 방문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 주변에 조성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 대통령은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건설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에 자족기능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을 추가한 '이명박표 세종시' 건설을 약속했습니다.

"저희 가장 큰 목표는 세종시의 자족 능력 강화를 위해서 세계적인 국제과학기업도시 기능을 더하여 제대로 된 자족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잘 만들겠다는 약속을 충청도민들에게 확실히 약속 드립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 행정도시가 축소되지 않겠냐'는 우려섞인 기자의 질문에 "일단 말하면 지킨다"고 안심까지 시켰습니다.

"일단 말하면 지킵니다. 여러번 말을 반복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한번 말해도 약속은 지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과학도시의 위치에 대해 대전시와 충남도, 세종시 등과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대덕과 세종시와 관련된 지역에 만들어진다고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2011 신년방송좌담회-대통령과의 대화를 생방송으로 갖고 있다. 출처 : 청와대

"앞으로 대전시와 충남도, 세종시 등과 협의해서 해야 합니다. 위치는 정확히 말씀드리지 않는데 대덕과 세종과 관련된 지역에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보다 두 달 전인 2007년 9월 이 대통령은 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청권 국제과학도시 건설이 짧으면 3년 안에 이뤄질 수 있다며 건설 시기까지 밝혔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착공은 커녕 이 대통령이 말을 바꾸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제가 구상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는 행정도시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길면 5년 짧으면 3년 안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충청권 과학도시 건설은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지 선거를 위한 정치적 공약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나온 "표를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투자 성과에 비해서 더 많은 효과를 내자는 실용적인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는 정치적 공약을 만들어 가지고 또 선거에 한번 현혹되게 만들게 하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7일 오전 11시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공약 백지화 발언 규탄대회' 출처 : 오마이뉴스

물론 과학벨트는 국가 전체로 볼 때 최적의 입지에 건설해 효율을 극대화해야겠죠. 하지만, 효율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특히 한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의 말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충청 과학벨트 유치 백지화를 비판하는 이유는 바로 대통령이 말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충청권에서는 "2007년 대선도 없던 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크게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은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표 세종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세 번이나 약속을 했던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약속하면 지킨다'고 외쳤지만, 세종시 논란에 이어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약속까지 내팽개치면서 또 다시 국민을 우롱한 셈이 됐습니다.

3년여 전 저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충청 과학벨트 유치 약속을 지켜 혼란을 수습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길이 아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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