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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전입금은 0원 등록금은 인상? 뻔뻔한 대학들

우리는 흔히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부릅니다. 학문 연구에 매진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요즘 대학들을 보면 '상아탑'이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집니다. 이제 대학은 학문보다는 취업을, 연구보다는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대학을 현세적으로 만든 탓이겠지만, 열정과 낭만이 사라지고 경쟁과 효율만 난무하는 대학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거기다가 신자유주의 물결이 대학에도 불어닥쳐 저렴했던 식당이나 커피숍 대신 시중과 다를 바 없는 고급 식당과 커피숍이 자리를 잡았고, 돈 없는 학생들이 이용해야 할 기숙사는 고급스러운 오피스텔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요즘 대학생들이 공부보다 돈이 문제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겠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 언론 보도를 보니 일부 대학들은 아예 돈벌이에 나섰더군요. 법정부담전입금을 잘 내지 않는 학교가 꽤 있었습니다. 1억원 미만은 물론 이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학교도 밝혀졌습니다.

서울시에 있는 주요 17개 대학의 40%가 법정 부담 전입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강대, 홍익대, 한국외대 등은 연간 1억원 정도의 전입금만 들여왔고 명지대, 동국대, 숙명여대는 법정부담전입금을 한 푼도 들여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려대 학생들이 등록금을 흡혈귀에 빗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최소한 부담해야 할 의무가 법정부담전입금입니다. 이 전입금으로 교직원들의 연금, 의료보험 등 복리후생을 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대학들은 법정부담전임급을 제대로 내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등록금에서 충당했습니다.

'학교 경영자가 부담금 전액을 부담할 수 없을 때에는 부족액을 학교가 부담할 수 있다'는 법률의 예외 규정을 들면서 등록금이 대부분인 교비회계로 직원들의 복리후생 비용을 부담해왔다고 하더군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0년도에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연평균 230만원, 사립대학은 449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국립대학은 444만원, 사립대학은 754만원으로 2배나 뛰었죠.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인 요인이 많았겠지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 직원들의 복리후생까지 책임져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법정부담전임금 문제를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예외 규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사립대학들은 부족액을 학교가 부담하는 게 아니라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죠.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립대학도 국, 공립대학과 마찬가지로 나랏돈을 지원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측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절실합니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반값 등록금과 등록금 동결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특히 사립대학 재단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대학 소유의 땅도 있고 건물도 있는데 전입금은 왜 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형편이 되는데도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것은 뻔뻔한 행태입니다. 그러면서 등록금 동결이나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주장을 무시한 채 등록금을 해마다 올리는 대학은 누구를 위한 대학일까요.

법적부담전입금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일부 사립학교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또한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가 힘들게 마련한 등록금을 엉뚱한 곳에 쓰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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