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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추운날씨 때문이라고? 결국 구제역도 인재였다

결국 구제역도 인재였습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북 안동에서 퍼져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국에서 나타나는 바이러스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비교한 결과 두 바이러스가 같다는 겁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두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이 거의 같았습니다.

어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영국 연구소에서 안동에서 채취된 바이러스와 경기도에서 채취한 바이러스가 같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경기도를 거쳐 전국으로 퍼져나간 건데요. 이것은 정부의 초기 방역이 문제가 있었음을 말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확인됐을 때 제대로 방역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재난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추운 날씨 때문에 전파 속도가 빠르다' 등의 주장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라고 강변해왔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인재의 측면이 컸음을 보여줍니다.

17일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구제역 청정지역 가운데 한 곳이던 함양군은 3만400마리분(여분포함)의 백신을 정부로부터 공급받아 수의사와 공무원, 축협 등 50여명 14개의 접종반을 편성해 백신접종에 들어갔다. 출처 : 함양군청

지난해 11월 23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신고됐지만, 방역 당국이 이것을 확인한 것은 29일. 거의 1주일이나 시차가 났죠. 그 6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일이 있었든 안동에 있는 바이러스가 충분히 전국으로 퍼질만한 시간적 여유였습니다.

특히 정부는 구제역이 점점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위해 백신 접종을 미루었지만, 결국 그동안 구제역은 더 창궐했습니다. 또한 백신 접종도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청정국 지위도, 가축도 잃은 셈입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매몰 처분 대상 가축은 200만 마리에 육박하고, 피해액도 2조 원에 달합니다. 정부가 초기 방역을 제대로만 했다면 이와 같은 재난은 피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현 정부의 대응은 지난 2000년 3월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당시 정부의 대응과는 달랐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구제역 발생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대처회의를 열고 전 부처가 공조해서 철저한 방역을 실시했지만, 현 정부는 이번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한달 열흘 만에 청와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화천군 한 산골마을 입구에서 출입 차량에 구제역방역을 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와 같은 인식차이가 2000년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와 2010년 구제역으로 피해 차이를 만든 것이겠죠. 2000년에는 매몰된 가축수는 불과 2200여 마리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국제수역사무국에서도 구제역을 가장 잘 수습한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 구제역은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는 상태라고 김성훈 당시 농림부 장관을 밝혔지만, 이번 구제역에는 전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의심이 듭니다.

초기 방역 실패가 확실해진 상황, 정부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 문책 등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초기 방역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겠죠. 겨울마다 구제역 재난이 반복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 발생 직후 반경 10km 이내 가축을 모두 도축하고 30km 이내 가축에게 백신을 접종하자는 강경책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모든 의견을 수렴해서 철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합니다.

땅 속에 묻힌 200만 마리의 가축과 애지중지 키운 가축을 잃은 농민들의 눈물, 그리고 2조 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요.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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