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무산된 김제동-윤도현-박원순 방송, YTN에도 블랙리스트?

보도 전문 케이블 채널인 YTN에서 방영 예정이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인터뷰가 보류됐다고 합니다.

어제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 따르면 YTN 사측이 오는 21일 전파를 탈 예정이던 <정애숙의 공감 인터뷰> '박원순 상임이사 편'에 대해 이번주 초 방송을 보류하겠다는 결정을 제작진에게 밝혔습니다.

YTN 사측이 방송 보류 결정을 내리며 든 이유는 '보수단체 대표가 박원순 상임이사를 탈세, 공금 횡령 의혹으로 고발했다'는 정보보고가 사내 법조팀에서 올라왔다는 것. 하지만 YTN 노조측은 성명을 발표해 사측의 일방적인 방송 보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출처 : 오마이뉴스

노조는 "사측에서 '정치적 불편함'을 이유로 애초부터 프로그램 방영을 무산시키려 했다"면서 "윗선 개입이 포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보도제작국이 처음에는 박 상임이사의 인터뷰 섭외를 잘했다고 하더니 윗선의 질책을 받고 '정치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피한다'는 약속을 받고 촬영이 성사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촬영은 지난주에 마쳤지만, 이번주 초 사내 법조팀이 정보보고 게시판에 박 상임이사 고발 내용을 보고하면서 방송이 보류됐다는 겁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형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단지 보수단체에게 고발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을 보류시키다니.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인 이광재 강원도지사도 인터뷰를 하는 YTN이 촬영까지 마친 박 상임이사의 방송을 막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권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박 상임이사가 진행하고 있는 결식아동 돕기 운동이 눈엣가시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당이 강행처리하면서 날아간 결식아동 지원 예산을 비판하며 성금을 모금한 박 상임이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죠.

지난해 7월 14일 14일 저녁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열린 '꿈꾸는 소년 - YB의 미국 워프트 투어 이야기'(사진 윤도현·글 이현주) 책 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YB의 윤도현과 방송인 김제동이 공연을 보러 온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더욱 더 놀랐던 것은 비슷한 방송 무산이 더 있었다는 것. 노조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수 윤도현 씨를 불러 다음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윤 씨의 노사모 가입 전력이 문제가 돼 섭외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방송인 김제동 씨도 '나중에 정치할 사람이다'라는 이유를 들어 섭외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YTN 사측이 방송 출연 금지 대상자를 정해놓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말입니다. 방송인 김미화 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던 KBS 블랙리스트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YTN이네요.

YTN도 노조측이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주장하면 당연히 없다고 하겠죠. 하지만 작성된 리스트만 없을 뿐이지 김제동, 윤도현, 박원순 상임이사 방송이 무산된 것을 보면 YTN 사측 마음 속에는 '출연이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이 구분지어져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경찰이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현덕수 전 위원장등 노조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 가운데 지난 2009년 3월 2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에서 YTN 노조원들이 총파업 출정식 겸 결의대회를 열고 체포된 노조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YTN 노조는 그동안 YTN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며 공정방송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긴 혼란 속에 노사가 공정방송을 위한 합의를 하며 겨우 봉합이 됐는데 또 다시 이렇게 불공정한 이유로 공정한 방송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YTN은 사측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채널이 아닙니다. 방송을 제작하는 제작진과 그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채널입니다. 고발을 이유로, 전력을 이유로 특정인의 방송 출연을 막는다는 것은 사측의 횡포입니다. 더 나아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듭니다.

YTN의 '출연자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YTN 사측이 지금처럼 방송을 막아선다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한다면 그게 바로 블랙리스트입니다. YTN이 시청자의 바람대로 공정한 방송을 하기를 촉구합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