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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어린 학생 113명 필리핀 억류 사태, 어른들 욕심이 화 불렀다

"어학연수 한국 어린이 110명 필리핀에 억류"

그저께 들려온 황당한 소식 알고 계시죠? 필리핀에 한국 학생 113명이 억류됐다는 뉴스 말입니다. 저는 테러 조직에 납치된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학원 측의 불법 행위 때문이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그저께 대부분 초등학생인 어린 학생 113명이필리핀 마닐라 지역에서 허가증 없이 영어 어학연수를 받다가 필리핀 당국에 적발돼 여권을 압수 당한 채 숙소에 체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민법 위반 혐의로 사실상 억류된 겁니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학원 측이 '학업 허가증'(SSP) 수수료 약 15만원을 필리핀 당국에 지급하지 않은 것이 화근. 15만원을 아끼려고 어린 학생들을 범법자로 만들다니...

MBC 뉴스테스크 캡쳐화면.


다행히 어제 필리핀 당국은 여권을 압수당했던 학생들에게 이달 말까지 체류기간을 연장해주고 언제라도 귀국할 수 있게 조치를 했지만, 아이들의 억류 소식을 접한 부모님들은 마음이 얼마나 철렁 내려앉았을까요. 낯선 땅에서 억류를 당한 아이들에게도 평생 씻기 힘든 상처를 안겼습니다.

이런 어학연수 관련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필리핀 어학 연수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 유치를 위한 과대, 과장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어학연수 비용을 낮추다보니 가장 기본인 학업 허가증을 발급받지 않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고요.

MBC 뉴스테스크 캡쳐화면.



돈벌이에 눈이 먼 어른들의 욕심이 화를 불렀습니다. 아이들의 공부환경이나 여건은 신경쓰지 않고 어떻게든 비용을 낮춰 보려는 꼼수와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발상이 억류 사태까지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원과 유학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편법을 통해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곳은 퇴출시켜야겠죠. 아울러 학부모들도 학원이나 유학원을 구할 때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한 곳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너무 저렴한 비용은 의심해보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학부모들이 안전성보다는 비용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학원들이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생긴 구멍을 허가증 수수료로 채우는 상황이 벌어진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부끄럽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아이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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