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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울시민 볼모로 정치행보 나선 오세훈 시장

전면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 주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한나라당 서울시당 소속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났습니다.

비공개로 열린 이 자리에서 어떤 말이 오갔을까. 보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한 배경을 밝힌 뒤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대화가 안되는 사람들에 의해 시정이 막혀 서울시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주민투표로 해결해야 한다, 주민투표 제안 배경을 설명하고 "당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유효투표로 인정받는 투표율 30%이 간단하지 않은 수치라며 주민투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많은 의원들이 당 차원에서 오 시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해졌습니다.

어제 간담회에 이어 오 시장은 한나라당 서울시당과 함께 오늘부터 26일까지 동북권, 서남권, 동남권, 서북.도심권 등 4개 권역에서 당정 간담회를 열어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시의회에서 통과시킨 무상급식 조례안을 거부하고 의회 출석 거부 등 마찰을 빚어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시청 브리핑실에서 전면무상급식안(서울시의회)과 순차적·단계적 무상급식안(서울시)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시의회에 공식 제안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오세훈 시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제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당 차원의 중앙 정치로 끌어들이면서 노골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가 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초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해서 시의회와 각을 세우더니 법적 공방으로, 그리고 중앙 정치로 전선을 넓였습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자신의 블로그 등에서 민주당의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복지 정책도 강하게 비판하면서 시의회 차원이 아닌 야권 전체와의 전면전에도 나섰습니다.

이를 통해 오 시장은 '투쟁 의지가 없다' '약하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중앙 정치 무대까지 이용하면서 자신의 당내 지지 기반도 다질 수 있다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겠죠. 오 시장은 설령 주민투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지지자들을 결집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이해와 정치적 득실을 따진 행보입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오 시장에게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도 있겠죠.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서울시와 서울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린 '2011년 신년인사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오른쪽부터)이 손경식 서울상공회의소회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와 같이 무상급식 논란은 오 시장 개인에는 '필요한 싸움'이겠지만, 서울시 전체로 볼 때는 비극입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대립, 그에 따른 예산안 파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주민투표가 실현된다면 그 비용과 행정력 낭비가 어마어마 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라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오 시장은 줄기차게 전면 무상급식 등의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자 학생과 가난한 학생 구별이 없는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 공약은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는 되고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라고 안 된다는 이중적인 잣대만 고집하는 모습은 시민들이 바라는 시장의 모습이 아닙니다.

시의회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이제 중앙 정치 무대까지 진출한 오세훈 서울시장. 우리는 시민들의 행복을 볼모로 정치적인 행보에 나서는 시장은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서울시장의 모습은 타협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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