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한파보다 무서운 전기요금, 잘못된 정책이 화 불렀다

한파, 한파, 한파. 하루에 몇 차례씩 들리는 소리죠. 올 겨울처럼 겨울이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3한4온이라는데 올해는 쭉 한파네요. 문제는 긴 겨울이 올해로 끝이 아니라는 것. '시베리아에서 찬 공기가 내려왔다,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았기 때문이다' 등의 분석을 볼 때 한반도로 밀려 내려오는 추위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한파는 단지 한파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한파는 곧 돈입니다. 추위를 떨쳐내려면 난방을 해야하기 때문인데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아파트 전체 난방을 끊었다는 노원구 모 임대 아파트처럼 온기 하나 하나가 바로 돈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겨울은 더 춥습니다. 도시가스비나 기름값이 얼마나 비쌉니까. 그걸 계속 사다가 때야 하니까 견뎌낼 수 없는 거죠.

그런데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전기 난방기기. 홈쇼핑에서 놀라운 만큼 싼 전기요금으로 한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고 선전을 하니 안 사고 버틸 사람이 없죠. 너도 나도, 특히 난방비를 걱정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열심히 사서 사용했습니다.

한 마트에서 팔고 있는 전기 난방기기(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에 문제가 발생했죠. 바로 전기요금 폭탄. 10여만 원이 나오던 난방비를 아끼겠다고 전기 난방기기를 썼는데 전기요금이 20만원 넘게 나오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여기 저기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누진제라는 것을 몰랐던 거죠. 사실 저도 잘 몰랐습니다. 전기요금이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맹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5.5%까지 떨어졌습니다. 대규모 정전사태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몇 시간의 정전 사태로도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정부는 백화점 등 대형 건물과 공공건물의 온도를 통제하며 전기절약 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미지수입니다. 비싼 난방비를 대신해 전국의 가정을 데우고 있는 전기 난방기기는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대국민 호소를 한다고 해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를 아끼기 위해 난방기기를 끌 수는 없는 노릇이죠. 또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이와 관련해 "신규 발전소 건설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영광핵발전소의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정부는 그동안 유지해온 에너지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석유관련 제품의 가격은 최근 10년 동안 2배 정도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2% 정도만 올랐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전기 난방기기를 많이 쓰겠죠. 정부가 수요 급증을 부른 셈입니다.

2009년을 기준 국내 발전 단가는 1㎾h당 92원. 공급 가격은 발전단가의 94%인 86원 수준이고, 산업용은 73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국제가격의 절반 가격밖에 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를 아껴달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제 정부가 억눌러온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먼저 산업용 전기요금에 우대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용보다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유지한다면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체계를 바꿀 수 없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물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고려해야 합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출처 : 오마이뉴스

물론 전기요금만 올린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서민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원유나 가스 등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원-달려 환율 하락과 지원 대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전기요금 인상과 상쇄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불러온 전력난, 정부가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 변화와 환율 하락 용인 등을 통한 에너지 다변화를 고민해 볼 때가 됐습니다.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춰줘야겠죠.

난방비 비싸서 울며 겨자먹기로 전기난방에 나선 서민들만 큰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한파보다 무서운 전기요금, 절약 구호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합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