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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국민 우롱한 경찰, '비리척결' 외치더니 인부 밥값 등쳤다

이른바 '함바집 로비 의혹'이 점입가경입니다.

결국 검찰이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이번 비리 의혹이 현직 국회의원들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 사장 등에게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브로커 유모씨가 입을 열수록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비리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경찰 조직이겠죠. 지난 10일 조현오 경찰청장이 브로커 유씨와 접촉한 총경 이상 간부의 자진 신고를 받겠다고 하자 하루 만인 11일 120여 명이 신고했다고 합니다. 총경 이상 간부가 모두 55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비율이죠. 브로커 유씨가 경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검찰에 불려가 11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것은 수사권 독립 문제로 검찰과 대립했던 경찰로서는 치욕적인 일 중의 하나일 겁니다.

10일 오후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에 연루돼 출국금지 당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서울동부지검에 소환되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더군다나 강 전 청장은 취임할 때부터 '비리 척결'과 '선진 인류 경찰'을 강조했었죠. 강 전 청장은 지난 2009년 3월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경찰조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리와 부정, 자율을 빙자한 방종과 무책임의 '치명적 결함'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비리 척결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의 본분을 저버린 채 범법자와 결탁하거나 유흥업소와 유착하는 범죄행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모두 경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때 각종 유혹으로부터 의연할 수 있으며 자랑스럽고 당당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와 강한 경찰력은 깨끗함과 정직함에서 나옵니다. 공권력 확립을 위한 기본전제는 우리 스스로 책잡힐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10일 오후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에 연루돼 출국금지 당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서울동부지검에 소환되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 전 청장은 재임 기간 동안 비리 등에 연루돼 부적격이라고 판단된 경찰관 300여 명을 퇴출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은 강 전 청장은 브로커 유씨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유씨의 진술을 볼 때 검찰은 강 전 청장이 취임 축하 명목 등으로 1억 원을 받은 걸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내용은 강 전 청장이 돈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에 따른 청탁 의혹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함바집 로비 의혹을 보면서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철저한 법 집행과 질서를 강조해온 경찰, 비리를 척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경찰 수뇌부가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다니. 그것도 건설현장 인부들의 밥값에서 나온 로비 자금을 받았습니다.

분노보다 허탈감이 더 큽니다. 서글픈 감정까지 듭니다. 인부들의 밦값을 등친 셈이니까요.

언론에 나온 건설현장 인부들은 맛없는 식사에 불평, 불만을 넘어 고통까지 호소하더군요. 조미료로 버물여진 반찬과 부실한 식단이 육체적 일을 해야 하는 인부들의 힘을 빠지게 만드는 일이었을 겁니다. 인부들의 밥값으로 쓰여야 할 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6월 24일 오전 소집된 전체회의에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출석해 앉아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래서 이번 함바집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중요합니다. 먼저 각종 유착 관계를 밝혀내 건설 현장 인부들에게 정당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권력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이권을 얻는 일의 근절이 급선무입니다.

또한 경찰의 개혁도 필요합니다. 로비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일부 경찰 간부에게 국한된 일로 보이지만, 그 파급력은 경찰 조직 전체에 미칩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의 개혁 의지가 말 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비리척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됩니다.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해야 할 경찰이 '불공정 사회'로 뒷걸음질 치고 있네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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