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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대형병원 약값 2배 인상? 서민들만 피해 본다

정부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약값 환자 부담금을 60%까지 올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제도소위원회가 안을 만든 건데요. 이 안에 따르면 현행 30% 약값 부담금을 동네병원에서만 유지하고 대형 대학병원은 60%로 올려서 가벼운 질환 환자는 동네병원을 찾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즉,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60%로, 종합병원은 50%로, 병원은 40%로 올리겠다는 것. 상급종합병원인 대형 대학병원은 서울대, 세브란스, 부산대, 전남대, 서울아산, 삼성등 44개 병원을 말하죠.

만약 대형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값으로 1만원을 냈다면 앞으로는 대형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가면 똑같은 약을 두배의 돈, 2만원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http://www.mw.go.kr)캡쳐화면.



취지는 이해합니다. 현행 우리나라 진료 시장은 대형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심합니다. 동네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감기같은 가벼운 증상에도 큰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정작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대형 대학병원 외래 진료의 26% 정도가 동네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병이었습니다.

그래서 의료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가 약값 차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겠죠. 약값을 차등화 한다면 이와 같은 쏠림 현상을 없애고 효율적인 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 겁니다.

하지만 약값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약값 차등화가 자칫 외래 치료의 부익부 빈익빈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대형병원을 이용하고, 돈 없는 사람은 동네병원을 찾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가벼운 증상이라고 동네병원으로 갈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니던 대형병원을 찾아가겠죠. 결국 약값이 부담되는 서민들만 동네병원으로 가겠죠. 서민들에게 대형병원은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성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기약 사진, 대형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으면 약값을 두배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특히 감기 등의 가벼운 질환 뿐만 아니라 중증 질환까지 약값 인상이 된다는 건 문제입니다.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중증 환자들은 약값 부담이 2배로 늘어나게 되는 거죠. 대형 병원 진료가 필료한 중한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약값까지 많이 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동네병원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약값 차등화는 서민들에게 질이 낮은 의료 서비스를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동네병원도 노력해야 겠죠.

물론 새롭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형병원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동네병원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약값을 부담해야 합니다.

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이달 말에 확정되는 약값 인상안을 시행하겠다고 하는데요. 동네병원의 신뢰성 문제, 중증환자에 대한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잘못하면 서민들만 피해볼 수 있습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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