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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형님은 1600억 챙겼지만, 영유아 가정은 280만원 날렸다

한나라당은 8일 난투극 속에 2011년도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날치기 강행처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강행 처리된 2011년도 새해 예산안의 내용.

309조 567억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을 들여다 보면 최대 쟁점이었던 4대강 사업 예산은 2700억 원 가량만 삭감된 채 모두 5조 2천억 원의 예산이 통과됐습니다.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는 수자원공사 예산 3조 8천억 원을 더하면 내년도 4대강 사업의 총 사업비는 9조 원입니다.

이 와중에 이상득 의원 등 일부 힘 있는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큰 폭으로 증액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1600억 원,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400억 원, 여당의 강행처리를 묵인한 박희태 국회의장 180억 원 등은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두둑히 챙겼습니다.

반면, 일부 서민 복지 예산은 아예 사라졌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외쳐온 '친서민 정부' 구호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앞장을 서 단상을 점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예산안 강행처리 뒤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기간 안에 반드시 (예산안·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로 오늘 관철시켰다"며 "이것을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국회 복지위 예산 심의 과정에서 12세 이하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본인 부담금 경감을 위해 증액된 338억 8천 4백만원의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빠졌습니다.

또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나라당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만 36개월 미만 영유아를 키우는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월 20만 원 지원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은 단 1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보육지원비와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가 새해 예산안에 포함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1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차상위 이상 상위 30% 이하 계층의 가정이라면 내년 한해동안 보육지원비 24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1살 짜리 아이를 동네병원에 데려가 결핵, B형 감염 등 필수예방접종 총 14회를 맞출 경우 모두 48만여 원을 내야하지만,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예산 덕분에 7만 원이면 해결이 됩니다. 40여만 원을 아낄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복지예산을 통해 1년 동안 한 가정이 지원 받을 수 있는 돈은 모두 총 280만 원. 하지만 서민 복지 예산이 사라지면서 280만 원이라는 돈은 물거품이 돼버렸습니다.

이와 같은 서민 복지 예산 삭감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친서민'을 강조하던 정부와 여당이 4대강 사업에는 막대한 돈을 쓰면서 살기 힘든 서민들은 외면했다는 겁니다.

어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열이면 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비판하며 복지 예산 삭감을 지적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62주년'을 맞아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현병철인권위원장사퇴촉구대책회의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근조 대한민국 복지'가 적힌 영정에 국회꽃을 놓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50대 주부 김모씨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고 또 우리 국익에 하나도 준하지 않는 4대강 사업을 그렇게 엄청나게 막대한 돈을 들여서 하면서 우리 복지 쪽에는 신경을 안써주고 삭감해버리면 절대 안되는 일"이라며 "4대강이나 그런데서 예산을 중단하고 또 그런 복지나 여러방면에 또 우리가 돌아봐야할 게 너무나 많으니까, 그런것에 신경써서 좀 잘해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국민들이 다 분노하고 섭섭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0대 회사원도 "말로는 친서민과 관련한 얘기들을 많이 하긴 하는데 실행을 하는 단계에 됐을 때 친서민적인 얘기들이 나오지 않으면 현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라든가 그런 측면에서 국민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2009년 542억 원, 올해 285억 원 등이 배정됐던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비도 내년에는 사라지게 됐습니다. 정부 지원비가 끊기면 방학 기간 중에는 밥을 굶는 위험에 처하는 학생들이 40만명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본회의장앞 로텐더홀에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며 몸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어제 전교조 사무실에서 만난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결식학생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학생들이 차가운 겨울을, 굶주린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는 그런 처지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야당의 반발도 거셉니다. 민주당은 당장 그제밤부터 서울광장에서 100시간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섰죠.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 정부'를 외치고 안상수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은 '무상보육'을 강조했지만, 결식아동과 서민가정을 위한 예산을 없애는 대신 9조 원이 넘는 혈세를 4대강 사업에 쏟아붓고 대통령 형님 지역구 예산을 챙겨주며 국민을 우롱한 꼴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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