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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난투극 예산안 강행처리, 결식아동 피눈물

그저께 국회에서 벌어진 난투극을 지켜보면서 '국회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일 오후 1시 30분께 국회 경위들과 한나라당 보좌진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시작된 몸싸움. 야당 보좌진들과 여당 보좌진들이 엉키면서 본회의장 앞은 완전히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저도 취재 도중 그 사이에 끼였다가 본회의장 문 앞까지 밀려갔죠. 지금도 오른쪽 옆구리가 아프네요. 인정사정 없는 몸사움 끝에 본회의장 유리는 깨졌고 일부 보좌진들은 탈진해 실려나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하나, 둘씩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거의 다 들어가고 기자석이 열리면서 저도 본회의장으로 올라갔는데요.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여야 의원들의 난투극을 생생히 볼 수 있었습니다. 뭐, 다들 뉴스에서 보셨을 겁니다. 서로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지르는 의원들. 마치 액션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 같았죠. 국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폭력과 강행 처리를 지켜보는 게 지겨울 겁니다. 아니, 지겨움을 넘어 혐어감을 느끼시겠죠.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이종걸, 문학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민생 복지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단상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폭력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문제는 구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폭력 국회보다 폭력으로 얼룩진 예산안 강행처리를 통해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많은 언론이 예산안 내용보다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사실 중요한 것은 예산안 내용이겠죠.

여러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예산 내용이 있지만, 저는 내년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밥을 굶어야 한다는 것에 분노합니다. 교육청은 학기가 진행될 때 70만명의 결식아동에게 급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기 중 교육청이 급식을 지원하는 결식아동이 7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밥 굶는 아이들이 있냐'고 반문했던 한 한나라당 의원이 생각나네요.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야당의원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여성의원들 여러명에 의해 끌려나오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실신해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문제는 방학 때입니다. 방학에 들어가면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지원을 하게 되죠.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모든 결식아동에게 급식지원을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국회 심의를 거쳐 예산을 지원해 왔죠. 지난 2009년 정부는 국가예산 542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절반 정도 줄어 285억원이 책정됐습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전액 삭감됐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부자들을 위해 세금을 깎아 주는 금액은 오는 2012년까지 90조원.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은 9조 6천억원입니다.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등 일부 여야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예산을 많이 챙겼습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1년 예산안을 재석의원 166인 가운데 찬성 165인 반대 1인으로 가결을 선포하자 야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졸속심사 예산파행 국민 앞에 사죄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정 부의장에게 던지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친서민 정부라면서 정부와 여당은 결식아동의 따뜻한 밥을 위한 예산을 깎고 영유아 예방접종에 대한 지원비 증액 등 무상보육 관련 예산 증액 약속도 어겼습니다. 안타깝습니다. 4대강 주변이 건설 장비에 의해서 파헤쳐지고 힘있는 의원들 지역구가 개발될 동안 40만명이 넘는 아이들은 밥을 굶게 생겼습니다.

이게 폭력 국회보다 더 비극적인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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