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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 거부 오세훈, 예산안에 분노한 민심 읽어야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2011년도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아고라나 디씨, 트위터나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는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는 물론, 처리된 예산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대단합니다. 제가 그저께 직접 만나본 시민들의 목소리도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와 예산안 내용을 지적했습니다.

4대강 사업 예산은 거의 대부분 정부 요구대로 통과된 반면, 일부 서민 복지 예산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소득 하위 70% 영유아 가정에 지급하겠다던 양육수당도 공염불이 됐죠. 또 '형님 예산' 등 힘 있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은 두둑해졌습니다.

어제 제 블로그에도 올렸지만, 1살짜리 아이가 있는 차상위 이상 상위 30% 이하 가구는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 예산과 한나라당이 강조해온 양육수당이 사라지면서 내년 한해동안 280만원을 날리게 됐습니다. 웬만한 직장인의 한달 월급이 사라진 셈이죠.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이던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물리력으로 뺏은 뒤 정의화 부의장이 예산안 및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와 같은 사실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이나 복지가 국민의 공감대도 얻지 못한 4대강 사업에 밀리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도 과거보다 더 많이 보편적 복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국민들도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복지가 아니라 의무를 다 한 국민에게 제공되는 복지를 바랍니다. 이런 바람이 무상급식으로, 무상의료로, 무상보육으로 표출되는 것이겠죠. 우리는 대한민국에서도 복지 정책을 잘 세우면 밥 걱정, 병 걱정, 아이 키우는 걱정 안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곤란하게 됐습니다. 복지예산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변명도 해보고, 부랴 부랴 추경을 통해 복지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드러난 본심이 그리 쉽게 덮어질까요?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번 예산안 강행처리 여파를 보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떠올렸습니다.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전면무상급식조례를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한 오 시장이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예산안 정국'이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부자 급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허울 좋은 '전면 무상급식'이 사실상 서민정책에 반하는 '부자 급식', 시민 삶과 내일을 볼모로 잡는 '무차별적 복지포퓰리즘'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를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기대했던 보편적 복지  예산이 사라진 예산안에 분노한 민심을 보면 무상급식이 더 이상 '부자 급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별 없는 복지가 시대의 흐름이고 시대의 요구라는 것을요.

9일 서울 지역 85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오세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미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드러났습니다. 그 요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1년도 예산안 강행처리에 분노한 국민들은 고스란히 복지에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차기, 차차기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잠룡'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상급식을 '부자 급식'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가진 오 시장이 평탄한 대권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서울시정도 평탄하지 않겠죠. 서울시의회와의 마찰이 장기화되고 있으니까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국회를 통과한 2011년도 예산안에 분노한 민심을 읽어야 합니다. 당장 시정 협의에 복귀해 무상급식 관련 조례 공포와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실시해야 합니다. 서울시민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최선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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