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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 거부한 오세훈, 아이들 볼모로 대권정치하나

갑자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제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앞. 야5당과 시민단체가 시의회를 통과한 친환경무상급식조례를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했습니다.

이들은 오늘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오 시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오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오 시장이 하루 빨리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에 복귀해 무상급식 관련 조례 공포와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옥병 서울시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오세훈 시장은 정말 나쁜 시장이다, 서울시민을 2번, 3번, 10번 실망시키는 아주 나쁜 시장"이라면서 "서울시민 모두가 원하는 내용을 기꺼이 받아서 집행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시정 협의에 하루 빨리 참여해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안전한 급식을 제공해줄 것을 간곡히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야당과 시민단체의 간절한 요구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둘러싼 전면전을 계속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야5당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친환경무상급식조례 공포와 예산 확보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오 시장은 어제 서울 중구 신당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의 현장대화' 자리를 통해 를 '한정된 교육예산을 교육환경 개선 대신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급식 사업에 써서는 안 된다'며 '시교육예산을 학부모가 원하는 양질의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시장이 지난주 기자회견을 통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무상급식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무상급식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것과 달라진 게 없는 겁니다.

사실 이번 무상급식 관련 논쟁은 한정된 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죠. 무엇을 더욱 더 절실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시각은 천차만별입니다.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에 쓰이는 예산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이고, 야당과 시민단체는 차별없는 복지를 위해 전면 무상급식이 제 1순위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요? 저는 시장과 시의회가 대립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시민의 뜻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시장과 시의회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됐기 때문입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은 어떻죠? 시민단체 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80%가 넘는 국민들과 학부모들이 친환경무상급식의 확대를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앞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시의원들과 구청장들이 대거 당선됐었고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 시장은 강남에서 몰표를 얻었을 뿐 무상급식을 공약했던 한명숙 전 총리가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승리했습니다.

어제 규탄집회에서 김종욱 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알고 있습니다.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오 시장의 대권정치입니다. 아이들을 볼모로 자기 대권정치하는 오세훈 시장을 규탄합니다."

지난 1일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단독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예정되어 있었던 시정질문에 불출석하는 등 서울시와 시의회가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하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내년도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무상급식 관련 예산 총액은 750억원 정도. 서울시의 총예산 20조원의 0.4%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돈이 없다고요? 서울시 홍보비와 각종 토목공사 예산만 줄여도 무상급식을 실컷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맹비난하고 있는 것은 김 시의원의 지적처럼 '대권을 바라본 정치'가 아닌지 의심 됩니다.

오 시장은 강점이자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부드러운 이미지를 투쟁 이미지, 강남 귀족 이미지에서 투사 이지미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차별없는 밥을 먹이자는 정책을 디딤돌 삼는 이미지 변화는 보고 있기 거북합니다.

그보다는 친환경무상급식조례를 공포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게 차기 대권 도전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차기 대선에서는 '복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며, 무상급식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논리로 차별없는 복지를 원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오 시장은 시정 협의에 복귀해 무상급식 관련 조례 공포와 예삭 확보를 실시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오 시장의 대권 도전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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