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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G20이 뭐길래, 1시간 늦게 여는 고양시 도서관

어제 오랜만에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빌릴 책을 골라서 대출을 하려는데 눈길을 당기는 공지가 대출기기에 붙어 있더군요.

'자료실 개관시간 변경'

개관시간이 10시로 한 시간 늦춰진다는 알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화가 나더군요. 개관시간이 늦춰지는 날짜는 11월 11일과 12일 이틀간. 설마 설마했는데 아래 보니 사유에 'G20정상회의 개최관련'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G20 정상회의 때문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도서관이 한 시간 늦게 열리다니. G20 정상회의는 분명히 서울시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는데... 황당하더군요. 집에 오자마자 공지를 붙인 '고양시 정보문헌본보'에 전화를 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동네 주민인데요. 다음주에 개관시간이 늦춰졌더라고요."
"아, 네 목요일, 금요일 1시간 늦게 열립니다."
"한뫼도서관만 그런 건가요?
"아뇨, 고양시 12개 도서관 다 해당되는 거예요."
"그 이유가..."
"G20 정상회의 때문에 그런데요.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요."

고양시에 있는 12개 도서관이 다 늦게 열린다고? 정말 황당했습니다. G20 정상회의가 중요한 행사인 것은 맞지만 멀리 떨어진 경기도에 있는 도서관까지 영향을 받을 줄은 몰랐네요. 너무 오버 아닌가요?

더 아쉬운 것은 개관시간이 늦춰진다는 공지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만약 제가 어제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면 도서관이 늦게 열린다는 것은 알 수 없었겠죠. 평일 오전이라 도서관 이용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갑작스러운 개관시간 변경에 피해를 보는 일부 주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의장 주변 교통 통제 등은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고 것은 '민폐'입니다.

최근 서대문구청이 '세계 정상들이 입국할 때 악취를 풍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항 근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사흘동안 가동을 중단하니까 쓰레기를 내놓지 말라'는 협조 공고문이 붙었었죠. 국민들은 '밥도 해먹지 말라는 소리냐'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또한 코엑스 주변 노점상들 단속 중단 통보 등을 통해 국가가 국민들의 일상 생활을 너무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휴교령 등도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고요.

준비를 잘 해야된다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G20이 뭐길래, 동네 도서관까지 통제할까요?

G20 정상들이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대한민국을 바라고 있을지 의문이네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