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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한미FTA 재협상 타결? 독소조항 재검토가 먼저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한미FTA 비준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진행 중인 한미FTA 재협상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미지수지만, 대체로 한국이 양보하는 부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미FTA의 발효는 생각보다 빨라질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 의회의 비준이 변수지만, 한나라당이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FTA 재협상은 다음주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 직후 타결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자동차, 쇠고기 등 여러 부문에서 미국에 양보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양보도 양보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재협상에 관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밀실 재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야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3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한미FTA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어제 오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한미FTA 협정 전면 재검토 촉구 시국선언에서도 이런 점이 지적됐습니다. 야당 및 시민사회 인사 688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에서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추가 양보 요구를 수용하는 한미FTA 재협상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양보용 재협상보다 각종 불평등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양국정부가 제시한 일정이 11월 G20서울정상회의까지로 매우 촉박하고, 그 절차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면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연기가 양국 정부가 부인하다가 정상회담 직전 마치 작전하듯이 공개된 것과 마찬가지로 한미FTA 추가협상에서 한국정부의 일방적 양보조치도 일부만 공개되거나 의도적으로 국민과 국회에게 뒤늦게 공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각 산업분야의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는 국내협상을 병행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정부는 그러한 내부 협의를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면에서 한미FTA와 같이 대다수 국민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쟁점들을 다루는 이명박 정부의 접근은 국민과 국회를 배제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졸속밀실 재협상에 반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야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3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한미FTA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야당 의원들의 지적은 더욱 더 뼈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의원들은 밀실 재협상이 불러온 국민들의 저항, 국내 경제의 붕괴 가능성, 미국 종속적 경제 문제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G20 정상회의에서 추가 양보, 밀실 협상의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밀실 협상의 결과가 국민들의 어떤 저항을 불러오는지는 이미 2008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촛불시위 때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느낀 일입니다. 그런데 왜 되풀이 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이제 일주일 여 뒤에 양국 정상이 만나면 또 얼마나 퍼주면서 얼마나 우리 국익을 망가뜨리고 민생을 망가뜨리면서 또 우리 미래를 반신불수로 만들면서 이런 엉터리 협상을 하고 있는지 정말 통탄스럽다"고 밝혔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다 내줬지 않냐, 찾아올 수 있는 것 찾아와야 되고 설령 내준 것 못 찾아 오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경제의 미래를 미국에 이렇게 예속, 종속시키는 한미FTA 파기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참여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대해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했고 거기에 각료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속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며 한미FTA 독소조항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한미FTA 전면 재검토 촉구 비상시국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앞으론 경고성 촛불을, 백악관에 보내는 상자엔 액운을 쫓는 팥을 넣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실 이미 타결된 한미FTA 자체에 문제가 많습니다. 협정 타결 전부터 각종 독소조항과 불평등 조항은 지적돼 왔습니다.

금융정책, 서비스 정책, 기타 필수적인 공공정책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책적 재량권을 대폭 제약하는 많은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죠. 범국본에서 든 예를 살펴보면, 네거티브 방식의(협정문에 열거한 리스트 이외의 모든) 서비스 개방, 개방 폭의 역진방지조항, 투자자정부분쟁조항, 지나치게 엄격한 지적재산권 조항 등이 그것이다. 이 문제의 조항들에 대해서는 협상타결 당시 국내에서 정책적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내제도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분석된 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자동차와 쇠고기 등의 추가 양보를 위한 재협상보다 독소조항과 불평등 조항을 고치기 위한 협정 재검토가 절실합니다. 물론 정부는 협정문 원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원안 자체가 공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부속서한을 통한 양보가 우려됩니다.

한미FTA 밀실 재협상이라는 비판에 귀를 막고 있는 정부가 진정으로 '친서민'을 정책을 펴기로 마음 먹었다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 지적해온 독소조항부터 고쳐야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국제 환경에 따라 다시 한번 협정문을 들여다보는 전면 재검토가 먼저입니다. 최소한 독소조항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야겠죠.

이런 조치 없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 맞춰 한미FTA 재협상을 타결한다면 졸속, 밀실 협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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