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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떳떳하다고? 낯뜨거운 인권위원장의 자화자찬

"현병철은 사퇴하라! 사퇴하라!"

오늘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 민주당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과 시민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현병철 위원장의 취임 이후 인권위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권고가 하나도 없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인권분야가 후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현 위원장은 운영절차를 무시하는 등 비민주적 인권위 운영을 해왔다"면서 "독립성을 잃고 민주주의마저 훼손하는 인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해 현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렇게 여기 저기서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시민단체들이 인권위 사무실을 점거하고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이번주에도 전, 현직 인권위원들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촛불집회도 열어 결의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관계자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 세우기 촉구 정당ㆍ인권시민단체 공동 결의대회'를 갖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민단체들과 정치권은 현 위원장의 독단적 모습이 인권위의 파행을 불러왔다고 성토하고 있는데요. 현 위원장이 상임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뒤, 자신의 의사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전원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워 인권위를 운영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지난 1일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의 사퇴가 현 위원장 체제에 쌓인 불만을 터뜨리는 역할을 했죠.

사실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를 향한 비판은 계속 됐습니다.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할 인권위가 미네르바 사건이나 PD수첩 사건, 양천경찰서 사건 등에 대해서 눈을 감아 버렸고, 대표적인 권력의 인권 침해 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상임위가 있는 상황에서도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했는데 전원위원회 체제로 가게 된다면 인권위는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권력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항에는 눈감고 입맛에 맛는 사안만 판단할 게 뻔합니다. 지난해 3월 인권위의 정원은 21%나 줄었습니다. 인원이 없어서 제대로 인권침해 조사도 못하는 상황에서 현 위원장이 운영 방식까지 바꾸는 것은 인권위를 고사시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현 위원장은 인권위가 파행으로 흘러간 이유를 깨닫고 독단적 운영을 철회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한 채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어제와 오늘 들려오는 현 위원장의 주장은 가슴을 답답하게 하네요. 현 위원장은 어제 열린 전원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물의를 일으켜 유감이지만 상임위원들이 왜 사퇴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 등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죠.

오늘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현 국가인권위원장은 '현재 인권위는 (설립 이후)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 위원장은 '취임이후 인권위 진정사건이 40% 늘어났고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 인권 평가도 높다, 저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 떳떳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낯뜨거운 자화자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떳떳하다고요? PD수첩, 미네르바, 민간인 불법사찰. 침묵했던 사안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떳떳한가요? 뻔뻔합니다. 현 위원장은 자화자찬을 하기 전에 자신의 취임 이후 국내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인권위가 어떤 목소리를 냈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또한 현 위원장은 상임위원들을 사퇴하게 만든 자신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도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 현 위원장이 결단을 내릴 때입니다. 국가 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할 생각이 없다면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자리는 권력의 눈치만 보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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