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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김문수 경기지사 서울대 강연에서 진땀 뺀 이유

어제 오후 김문수 경기시가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았더군요. 강연이 조금 어중간한 시간인 12시 반에 시작해서 그런지 약 80명 정도의 학생들만이 백주년기념관 강당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학생들도 별로 없고 해서 처음 분위기는 썰렁했습니다만, 학생들의 질의가 이어지면서 강연은 예정된 시간 50분을 훌쩍 넘겨 2시 정도에 끝났습니다.

서울 법대의 초청을 받아 강단에 선 김 지사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먼저 김 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각각 건국 대통령과 경제를 발전시킨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김 지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외교력이 탁월한 영향을 미쳐서 우리가 (6.25 전쟁 때) 공산화가 안 됐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쿠테타와 유신은 잘못했지만, 그 덕택에 포항제철부터 이렇게 잘 하게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2일 서울 법대 초청 강연에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

최근 대권 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김 지사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김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 만나면 '너무 포퓰리즘하지 마십시오. 대통령 두번 하실 거 아니지 않습니까. 여론조사에 너무 연연하지 마십시오. 역사를 보고 민심을 보고 일을 해야지'"라고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김 지사의 생각은 현 정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 지사는 "일자리가 이빨 깐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이빨만 까는 사람들이 있다, 4대강 사업 하면 일자리 늘어나는데 안 하면 뭐 하느냐, 밥주자. 밥 먹으면 일자리가 생기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무상급식 등 복지보다 성장,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복지를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텐데 이런 가능성은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김 지사는 한국 젊은이의 우수성을 강조하던 중 최근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주도하는 '소녀시대'를 화제로 올렸습니다. 김 지사는 '노래도 소녀시대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휩쓸고 있다'며 '내가 봐도 아주 잘 생겼다, 쭉쭉빵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황스럽더군요. 그런 표현은 여성의 신체를 빗댄 속어이기 때문입니다.

2일 오후 서울 법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김문수 경기지사 특강.

그런데 밋밋하게 진행되던 김 지사의 강연은 질의시간에 갑자기 뜨거워졌습니다. 한 학생은 '민주주의는 권력자의 독단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국민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국민을 설득해 이끌어내는 것이 지도자의 요건 아니겠느냐'고 따져 물었고, 다른 학생은 '노동 운동 등을 하며 좌파에 섰던 김 지사가 전향을 한 이유가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외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 논란과 과정의 정당성 등에 관한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김 지사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진땀을 흘렸을 질문입니다. 성장주의의 폐해와 민주주의 의미, 그리고 김 지사의 사상전환까지. 김 지사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일 서울 법대 초청 강연에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

이런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김 지사는 '민주주의만 외치면 모든 게 정당화되냐, 배고픈 사람에게 민주주의가 밥을 주진 않는다'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비판해야 하지만 잘하는 일에 대해서는 손뼉을 쳐줘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 등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김 지사가 어떤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지 확실히 알게 됐네요.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나눠주며 친밀감을 보여준 김 지사. 앞으로 외연을 넓히는 행보를 계속할 텐데요. 김 시자의 행보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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