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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급물살 탄 케이블카 설치, 환경보호 포기했나

몇년 전 설악산에 갔을 때 케이블카를 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정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었죠. 설악산 권금성까지 금방 올라가더군요. 그런데 기대했던 것만큼 권금성 주변은 볼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냥 바위산 같더라고요. 반대편을 향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금새 내려왔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에는 권금성 주변도 나무가 잘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권금성 주변이 황폐화된 것은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너무 사람들이 권금성에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사람들의 발길에 나무가 살 수 없었던 거죠. 케이블카가 자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기본방침'을 심의·의결했습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내륙과 해상 국립공원별로 각 1곳 이상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정해버렸습니다. 30년만에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셈입니다.

금정산 케이블카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달 20일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자연보존지구 안 케이블카 설치거리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시행령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도 이 안이 의결되면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는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북한산과 설악산이 가장 먼저 허가를 받을 거라고 하는데요. 관련 개정안에는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에서 5㎞로,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이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결국 전국 주요 산 정상부근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북한산을 예로 들면서 등산객이 많아져 환경이 파괴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걷는 등산객과 케이블카를 타는 등산객이 분리돼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생명연대 등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이 지난달 12일 오전 지리산 노고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언뜻 보면 맞는 주장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근본 문제 해결이 아닙니다. 케이블카를 설치를 위한 주장일 뿐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환경을 보호한다면 안식년이나 등산객 환경보호 교육이 훨씬 효과적입니다.설악산 권금성의 예처럼 환경 훼손이 눈에 보이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케이블카가 생기면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겠죠.

또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노약자, 장애인들의 등산에도 좋을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무리한 등산이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케이블카 설치로 지자체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지자체들은 케이블카 관련 수익이 환경파괴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거죠. 이와 같은 정부의 케이블카 설치 밀어붙이기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많은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라산과 설악산 국립공원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인정한 국제적 기준의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하네요. 한라산도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서 단계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리산권에 인접한 4개 지자체가 저마다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밝힌 계획. 한 눈에 봐도 지리산은 지리산은 케이블카로 난도질 당하는 듯한 형국이다. 출처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또한 이들은 '국립공원제도를 만들고 세계적으로 국립공원을 제일 먼저 지정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단 한 곳도 없다'며 '1990년대까지 케이블카 바람이 불던 일본의 자연공원들도 지금은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곳이 없으며 오히려 철거하는 추세'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은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세 곳으로 나뉘어 무기한 산상 농성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환경부 장관이 국립공원을 지키겠다는 책임 있는 약속을 하기 전까진 천왕봉에서 내려오지 않을 작정'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도 그렇고 정부는 환경은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공사를 해야 하니까 경기 부양에 좋고, 케이블카 요금을 벌 수 있겠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면 아찔한 생각입니다. 자연환경은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입니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주머니돈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멈추고 시민환경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게 환경을 보호하는 일인지 토론해야 합니다. 자연 환경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을 때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자연(自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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