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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족벌 사학비리 우려에도 사학법 재개정하겠다니

전국 사립대에는 설립자들의 친인척들이 얼마나 많이 근무하고 있을까. 항상 이 부분이 궁금했었는데요.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26일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과 임시이사 파견 등의 분쟁이 일어난 대학을 뺀 138개 사학법인 중 90개 법인에서 설립자의 친인척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7개 대학이 설립자의 친인척들(배우자, 형제, 직계 자손 등)이 이사장을 맡고 있었고요. 38개 대학에서는 친인척들이 총장이나 부총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15개 대학에서는 법인 이사를, 10개 대학에서는 교수나 직원 등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자료를 통해 드러난 설립자의 친인척은 모두 303명. 꽤 많은 숫자입니다. 언론 보도에서 공금횡령, 입학부정, 인사전횡 등의 사학비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되겠죠. 말 그대로 족벌사학의 폐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사실 이 우려는 상당부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교육과학시술부가 최근에 내놓은 '2009 사립대학 감사 백서'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비리 등으로 감사를 받았던 대학은 40개. 회계비리 액수는 406억원이었다고 합니다.

2009 사학 감사 백서 : 2007년에만 회계비리가 무려 19,238,063,000원(192억)으로 되어 있다. 08년년과 09년을 합하면 406억에 이른다. 출처 : 오마이뉴스

사학은 사학 스스로 교육하기를 원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학 고유의 자율성과 권리를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죠. 하지만, 족벌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많은 사학이 비리를 저질렀거나 비리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무조건 사학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힘듭니다.

사학의 돈을 자신의 주머니 돈으로 여기고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사학이 있는 한 사학의 전횡을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교육이라는 가지 자체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사학을 위한 재정지원에 쓰고 있는 겁니다.

사학의 가치를 지키고 원할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사학법이 존재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사학의 부패를 감시를 위한 개방형 이사제도, 인사 부정 등을 예방하기 위한 대학평의원회 등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정이사 8명 중 구재단 추천 인사 4명씩이나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난 8월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이병석 총학생회장(왼쪽)과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어보이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부터 그토록 막으려고 애썼던 사학법 개정을 다시 예전으로 돌려놓겠다는 겁니다. 개정 이후에도 이렇게 사학 비리가 터져나오는데 재개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이번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학의 족벌 체제와 교과부의 사학 비리 관련 자료를 보고도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한다면 이것은 국민이 아니라 사학만을 위한 행동입니다. 견제 장치는 어디서나 필요합니다. 사학에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꼭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사학법 재개정에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바랍니다. 통제받지 않는 사학으로 고통받는 것은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