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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직장인 우롱하는 법인카드 로비, 뇌물죄로 처벌해야

직장 다니시는 분들 한달에 몇 번 정도 직장에서 회식을 하시나요? 천차만별이겠지만, 조건이 하나 붙겠죠. '법인카드 한도가 남아있느냐' 여부입니다. 각 부서나 팀에 지급되는 회사 법인카드가 얼마 남았느냐에 따라 회식의 질과 횟수가 달라집니다.

저희 회사도 그렇고요. 어디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상도 하죠. '만약 법인카드가 무제한이라면, 아니면 몇천만원 정도라면 좋을텐데...' 법인카드가 빵빵하다면 회사에서 주는 보너스처럼 잘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회사 회식이나 간단한 접대에 쓰이는 법인카드가 매수를 위한 로비에 쓰였다고 하네요. 검찰이 C&그룹의 로비 방법에 정·관계와 금융권 인사들에게 회사의 법인카드가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회사 이름으로 된 카드를 로비 대상자에게 주고 로비 대상자가 한도 걱정하지 않고 맘껏 쓸 수 있게 해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물론 몇백에서 몇천만원이라는 한도는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이거 말 그대로 눈 먼 돈이었겠죠. 직장인들이 아껴 쓰는 이 법인카드가 이렇게 사용되다니. 허탈합니다.

각종신용카드(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기업의 법인카드를 받아 쓰는 것은 말 그대로 뇌물입니다. 뇌물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죠. 국어사전에는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라고 돼 있습니다. 기업이 법인카드를 건넸다는 것은 기업과 관련된 일을 청탁하기 위해서였겠죠. 아니면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거나. 법인카드를 쓰는 사람이 뭔가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법인카드라는 '뇌물'을 건네는 겁니다.

사실 이거 정말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편합니다. 예전에는 007가방이나 사과박스에 현금을 담아 승용차 트렁크에서 꺼내 주던 일이 카드 한장으로 해결되니 말입니다. 또한 법인카드에서 사용된 돈은 계좌흐름에도 남지 않죠. 또한 뇌물은 대가성 입증이 핵심인데 검찰이 대가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니 기업인이나 로비 대상자에게는 1석 3조 쯤은 됩니다.

법인카드를 이용한 로비 의혹은 이미 여러 차례 불거진 적이 있습니다. 이번 국감 등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지난 2008년 건설회사의 법인카드를 쓴 한 부산고검 검사가 9천만원이 넘는 돈을 썼고요. 방통위 간부들은 태광그룹의 법인카드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5천만원이 들어 있는 기업의 체크카드를 썼지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죠.

상황이 이러니 너도 나도 법인카드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간편하고, 잘 걸리지도 않고, 대가성도 입증 안 되고.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법인카드를 이용한 로비는 계속되겠죠.

검찰은 C&그룹을 수사를 계기로 '법인카드=뇌물'이라는 등식을 확립해야 합니다. 대가성 없이 법인카드를 건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우리나라의 부패척결은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를 보면 한국이 178개국 중 39위라는데요. 괜히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닙니다.

부패지수를 거론할 것도 없이 우리 직장인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요. 직장인들의 '희망'인 법인카드를 부정한 '뇌물'에 쓰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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