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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촛불집회 내란 주장이 소신? 민동석 인사 철회해야

어제 황당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민동석 전 농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내정됐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아시다시피 민 전 정책관은 한.미 쇠고기협상 수석대표를 맡았었죠. 국민들의 건강권을 무시한 협상으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던 협상 당사자가 외교부 차관으로 내정됐다는 건 깜짝 놀랄만한 일입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민동석 내정자는 쇠고기 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공직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라고 민 전 정책관의 내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황당합니다. 국민들이 식생활에 큰 위험을 안겨준 협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습니까.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기 위해 국민들은 거리에서 싸웠고, 국민들의 간절한 요구로 인해 미국과 재협상까지 할 수 있었죠. 이런 혼란을 불러온 당사자에게 중책이 맡겨진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국민에게 잘못된 협상에 대해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민 전 정책관은 한.미 쇠고기협상이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는 주장을 고수했습니다. 이런 '아집'을 가진 사람이 외교 무대에 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선합니다. 국익을 위해 일하기보다 '선물'만을 바라게 될까봐 걱정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민 전 정책관의 편향된 사고는 최근 쓴 자신의 책에서도 드러납니다.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협상대표는 동네북인가>라는 책에서 민 전 정책관은 '대한민국 형법은 자유민주주의를 공산혁명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87조와 제91조에서 내란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바로 촛불폭동에 딱 떨어진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가운데 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이 법정을 나와 "자유민주주의와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응하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촛불집회가 내란이라니... 할 말이 없습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존재한다고 해도 '공직자로 산다'는 사람이 촛불집회를 내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시민들이 무슨 폭도입니까? 시민들이 건강권을 찾기 위해 높이 든 촛불을 내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나 편향된 생각입니다.

쇠고기 협상을 미국의 선물이라고 주장하고, 촛불집회를 내란으로 규정한 민동석 전 정책관. 과연 이 사람이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맡을 만한 사람입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가 민 전 정책관의 언행을 '소신'으로 평가하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가 촛불집회를 내란으로 생각하고, 시민을 폭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한쪽 눈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국민들을 무시하는 인사를 공직에 앉힐 수는 없습니다. 청와대는 민동석 내정을 철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