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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육군은 580원, 해군은 720원? '민영화 폐해' 보여준 해군 PX

PX. 이 얼마나 황홀한 이름입니까. 군대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동의하시겠죠. 힘든 작업을 마치고 '환복'을 한 다음 PX를 찾아가 달콤한 과자와 음료수로 하루 '일과'의 고단함을 달랬습니다. 주말에는 PX에서 과자를 사와 소대원들끼리 둘러앉아 TV를 보면서 먹던 기억도 있고요.

군기가 바짝 든 신병들이 들어와도 제일 먼저 데려가는 곳이 PX였죠. 과자를 한 보따리 사서 신병들을 먹이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네요. PX는 과자나 음료수 가격이 시중보다 쌌기 때문에 몇 만원밖에 안 되는 군인 월급으로도 꽤 잘 먹을수 있었죠.

아, 추억이 또 있네요. 저는 해안경계 근무부대에 있었는데 해안에 있을 때는 소대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따로 PX가 없었습니다. 대신 '황금마차'라고 불리는 노란색 PX 트럭이 가끔 들렀었는데요. 트럭이 올 때마다 과자와 음료수를 서로 사기 위해 달려들던 전우들! 그때는 정말 매일 매일 황금마차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었죠.

이처럼 PX는 군대 생활과 떼 놓을래야 떼 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제 참 씁쓸한 뉴스를 들었습니다. 육군, 공군 PX와 해군 PX의 물건값이 다르다고 하네요. 고소한 꿀꽈배기나 달콤한 조청유과가 육군 PX에서는 580원 하는데 해군 PX에서는 720원이랍니다. 사이다나 카라멜도 해군 PX가 더 비싸고요. 이렇게 해군 PX는 육군 PX보다 모든 물건이 최고 40%까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야외에 설치된 임시 PX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어찌된 일일까요? 군대 안에 있는 장병들의 PX를 민영화시키다니... 참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국군 복지단은 PX에서 일하던 장병을 전투병으로 보내고 PX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민간인 사업자를 끌여들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결과는 가격 인상이었습니다. PX 근무병을 전투병으로 전환시켜서 해군의 전투력이 높아졌을 지는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해군 장병들은 비싸진 PX 물건값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겁니다. PX 민영화로 인한 효율성은 해군 장병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오른 과자값과 음료수값에 사기 저하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영화는 경직된 공기업이나 국영기업을 위해서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PX까지 민간인 사업자에게 넘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PX를 민영화시키는 건 잘못됐습니다.

민간 사업자는 효율화를 목적으로 이것 저것 품목을 줄이려고 할 거고, 가격도 마음대로 정할 겁니다.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우리가 목격해왔던 서비스 줄이기와 요금 인상이라는 폐해를 고스란히 나타날 겁니다. 지금도 가격 인상으로 드러나고 있죠.

해군 홈페이지(http://www.navy.mil.kr/) 캡쳐화면.

기사를 보니 민간 사업자는 군 복지기금으로 40억 7천만원을 냈다고 합니다. 국군 복지단은 거액을 챙겼고 민간 사업자는 '군대'라는 안정적인 사업장을 확보했습니다. 어차피 해군 장병들은 PX를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돈 번 국군 복지단과 이익이 보장되는 민간 사업자. 윈-윈 게임처럼 보이지만, 손해보는 사람이 있죠. 바로 우리 해군 장병들입니다. 해군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비싼 돈을 주고 과자를 사먹어야겠네요. 해군은 장병 모집할 때 PX가 육군과 공군보다 비싸다는 것을 꼭 써주십시오.

국군 복지단은 해군의 PX 민영화를 통해 PX 민영화가 장병들의 복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육군과 공군 PX는 지금처럼 운영한다고 합니다. 다행이죠. 그런데 해군 PX의 계약기간이 5년이라서 오는 2015년까지 해군 장병들은 육군과 공군 장병보다 돈을 더 주고 과자를 사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군 생활의 활력소가 PX인데... 주위에 해군 간다는 후배들이 있으면 말리고 싶네요. 해군 장병들만 '봉'이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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