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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시청 앞 어민들의 눈물, '카드뮴 낙지' 발표 철회돼야

"서울시는 책임져라! 책임져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찬바람까지 세게 불어 몸을 최대한 움츠리게 됐던 어제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

전국에서 올라온 수산자원보호협의회 회원 1천 여명이 집회를 열고 낙지머리 중금속 검출을 발표한 서울시를 규탄하며 오세훈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또 이들은 서울시가 이번 '카드뮴 낙지' 파동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계 공무원들의 처벌도 촉구했습니다. 어민들은 낙지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집회 도중 낙지를 머리부터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취재진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어제 집회는 흥겹게 진행됐지만, 결의대회에 참석한 어민들의 얼굴은 어두웠습니다. 만나는 어민들마다 저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하루 생업을 포기하고 서울까지 올라온 어민들은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검출 발표 이후 생계가 어려워졌다고 참았던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서울시 별관 앞에서 열린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 어업인 궐기대회'에서 낙지 주산지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어민들이 서울시 발표에 항의하며 오세훈 시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경남 남해에서 새벽 5시 반에 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어민은 "오세훈 시장 같은 분은 이런 걸로 어민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라며 "우리가 생계가 유지되도록 조치를 해야 하는데 지금 낙지를 잡는 시기인데 매스컴에 이렇게 보도가 되면 어민들은 정말 타격을 많이 받는다고"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남에서 왔다는 어민은 "정확한 조사가 아닌데도 아직까지 발표를 철회하지 않는 서울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 어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러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서울시청 앞 어민들의 모습.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16살 때부터 배를 탔다는 60대 어민은 "이 일이 나기 전에는 낙지 한마리에 2천 5백원 했는데 지금 낙지 한 마리가 1천원 한다"면서 "기름값 등을 따지면 낙지 잡으러 나가면 나갈수록 적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소리 안나는 총으로 사람을 쏴 버리는 겁니다. 어민을 죽이는 겁니다."

집회 도중 어업인 대표 5명이 서울시의 사과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다른 일정을 이유로 오 시장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이들은 신면호 복지건강본부장을 만나 어민 피해에 대한 서울시의 사과와 서울시가 낙지소비촉진에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낙지 검사 발표 철회는 이뤄지지 않았고, 손해배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습니다. 어민들은 서울시의 대책을 지켜본 뒤 다시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일단 돌아갔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사과의 뜻은 밝혔지만, 정작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한 '카드뮴 낙지' 발표는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국감에서 오세훈 시장이 보여줬던 '소신'을 포기하지 않은 겁니다.

어민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한다면 '카드뮴 낙지' 발표도 당연히 철회돼야 합니다. 사과로 됐다고요? 서울시가 어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낙지값이 제자리를 찾을까요? 시민들의 불신이 해소될까요? 아닙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했던 조사를 철회하고 식약청 등과 객관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먼저입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수산자원보호협의회 회원 1천 여명이 집회를 열고 낙지머리 중금속 검출을 발표한 서울시를 규탄하며 오세훈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제가 만나본 낙지 음식점 주인들과 어민들의 눈물은 '낙지 데이' 행사나 사과로 닦을 수 없는 눈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어민들이 하루 생업을 포기하고 서울시청 앞에 모였겠습니까. 사과만으로는 안 됩니다. 하루 속히 서울시는 '카드뮴 낙지' 발표를 철회하고 정부와 함께 재조사를 실시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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