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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민 정당'이라더니 의원들 '친인척 특채'는 눈감나

얼마전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특혜가  드러나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 딸은 물론 유 전 장관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죠. 국민들의 의식이나 사회 여론이 더 이상 공정하지 못한 인사 문제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일이었습니다.

유 전 장관 딸의 특혜 논란이 알려지자 공직 사회 곳곳에서 특채 관련 논란이 끊이질 않더군요.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경험담이 올라왔고, 언론들도 이와 관련한 심층 취재를 내보냈죠. 당시 분위기는 모든 특채를 낱낱이 조사해 불공정한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최소한 공직 사회 특채는 공정해질 거라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 우리 속담처럼 특채 논란은 유명환 전 장관을 질타했던 국회에서 다시 불거졌죠. 지난주 노영민 민주당 의원의 아들이 국회 부의장실 비서관(4급)에 채용됐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실 노 의원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했죠. 그 불똥은 홍재형 국회부의장 처남이 1급에 해당하는 비서실장에 채용됐던 게 논란이 됐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별채용 파문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 자녀의 채용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9월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주최로 기자회견을 갖고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특별채용인사 비리에 대한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나씩 드러난 국회의 특채 논란은 점점 커지더니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자신의 친인척을 비서관(4, 5급)으로 특채한 걸로 나타난 의원은 9명. 비서(7~9급)나 인턴으로 고용한 의원이 3명이나 됐습니다.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입법부의 사정이 이 정도입니다. 유명환 전 장관이 억울해 할 만하네요.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친인척 채용 보좌관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한나라당의 강명순 의원 등이 이와 같은 법안을 발의했는데 국회에서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친인천을 특채한 의원들은 한결같이 특채한 인재들의 능력이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친인척을 특채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특히 의원들과 혈연관계에 있는 보좌진들은 각종 비리 등에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더 크죠.

또한 의정활동을 준비하고 의원들을 보좌하는 일에서도 전문적인 보좌진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세금으로 지원하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의정활동은 개인의 활동이 아니라 국민들을 대표해 펼치는 공적인 활동입니다. 세비는 친인척 채용보다 능력있는 인재들을 위해 써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친인척 특채 논란이 불거진 이후 친인척 보좌관들이 그만뒀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며칠 사이에 여론이 잠잠해졌기 때문일까요. 신문과 방송에서 앞다투어 보도할 때는 금방이라도 정리될 것처럼 보이더니 조용하네요.

9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여야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번에는 이런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발의된 관련 법안을 이번 국회 회의 내에서 통과시켜 논란 거리를 없애야 합니다. 미국 연방의회가 40여 년전인 1967년부터 법을 만들어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을 막고 있죠.  집시법 개정이 시급하다고요? 국민들이 볼 때는 집시법보다 보과관 특채를 막는 법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친서민 정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서민 정당이나 친서민 정책은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실천이,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회를 뺏어 자신들의 친인척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서민 정당이나 친서민 정책과는 거리가 멀죠. 서민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국감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국회가 열립니다.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고 있는 '서민 정당'들이 친인척 특채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키는지 국민들과 함께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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