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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낙지 검사 믿으라던 오세훈, 대국민사과해야

지난 11일 국회 행안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장.

웬일인지 카메라 기자들이 이윤석 민주당 의원을 향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 의원 앞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낙지. 낙지가 많이 나는 전남 무안, 신안군가 지역구인 이 의원이 투명한 유리통 안에 낙지를 담아왔었죠.

이 의원은 낙지를 들어 보이며 "우연히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오세훈 성과주의가 던진 돌에 불쌍한 낙지어민, 판매상인들만 맞아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서울시가 낙지 내장과 먹물에 중금속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것을 질타한 거였죠. 야당 뿐만이 아니라 여당 의원도 서울시의 졸속 검사 발표를 비판했습니다.

서울시가 '낙지 머리에서 카드륨이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해 파문을 커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청 국정감사에서 전남 무안·신안군이 지역구인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세발낙지를 들어보이며 "낙지 머리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적에도 오 시장은  "저희가 발표한 대로 낙지 내장과 먹물은 드시지 않는 게 좋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과학적 검사였기 때문에 결과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식약청이 '서울시 검사기준에 문제가 있다, 낙지 머리의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서울시의 조사 결과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도 오 시장의 소신을 꺾지 못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조사했던 국내산 낙지 중에 중국산 낙지가 껴 있었다는군요. 어제 검찰 조사 결과 서울시가 조사한 낙지 9마리 가운데 7마리가 중국산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서울시는 조사에 중국산 낙지 6마리, 국내산 낙지 3마리를 시료로 사용했다고 발표했었는데 알고 보니 국내산 낙지 3마리 가운데 1마리도 중국산이었다는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토록 과학적 검사를 강조했던 서울시의 검사가 시료조차 잘못된 것이었다니. 오 시장은 이런 엉터리 조사를 가지고 여러 차례에 걸쳐 낙지의 내장과 먹물에 중금속이 있다고 먹지 말라고 밝힌 셈이었네요.

사실 더 많은 낙지 시료를 조사한 식약청이 낙지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을 때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고 식약청 등과 함께 재조사를 했어야 했습니다. 식약청 등의 상반된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감장에서 여러 번 낙지 내장과 머리를 먹물을 먹지 말라고 강조했던 것은 너무나 독선적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기관들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자만심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중국산 낙지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서울시의 입장은 변함이 없네요. 서울시는 국내산이든 중국산이든 다 내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면서 '낙지는 내장만 빼면 문제없이 먹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고집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상식적으로 서울시가 몰고온 파장에 큰 피해를 입은 어민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된 텐데,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네요. 오 시장과 서울시는 다른 기관과 협의없이 졸속으로 무리하게 진행한 조사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이윤석 민주당 의원, 안경률 행정안전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청 국정감사 오전일정을 마친 뒤 오찬장에서 무안 세발낙지를 시식하고 있다. 서울시가 '낙지 머리에서 카드뮴이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해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자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가지고 온 낙지를 오 시장에게 시식을 권하며 "낙지 머리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어민들의 생사가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어민들이 서울시의 고집불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낙지를 파는 식당과 판매상들은요? 낙지 중금속 논란은 어느새 선량한 어민과 시민들의 생계 문제가 돼 버렸습니다. 그래도 내장 먹지말라고요? 어제 오 시장은 엉터리 조사에 대한 사과와 재조사를 약속했어야 했습니다.

오 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통과 화합을 강조해왔죠. 하지만 서울광장 문제, 무상급식 문제 등에 이어 이번에도 일방통행식의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당장 엉터리 낙지 조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합니다. 아울러 식약청 등 관계 기관과의 공동 조사로 국민들과 어민들이 믿을 수 있는 검사 결과를 내놓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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