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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낙지 음식점 "서울시 '낙지 데이'? 조사나 잘하지" 분노

'우리 낙지! 참 맛있어요!'

어제 찾아간 서울시청 구내식당 앞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점심 메뉴도 낙지 생야채비빔밥. 이른바 '카드뮴 낙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서울시가 오늘 하루를 '낙지 데이'로 지정하고 직원들의 점심 메뉴로 낙지 요리를 제공한 겁니다.

낙지의 내장과 먹물에 중금속이 들어있다고 강조해온 서울시는 낙지 요리 중 내장과 먹물이 들어가지 않는 낙지 비빕밥을 준비했습니다. 낙지의 내장과 먹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서울시의 고집은 꺾이지 않은 셈입니다. 만약 낙지의 내장과 먹물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으면 연포탕 등을 준비했겠죠.

서울시가 1700여 명 직원들의 점심 한끼를 위해 전남 무안군과 신안군에서 가져온 낙지는 모두 2700마리.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행사를 통해 낙지 소비를 촉진하고 직원들에게 낙지의 참맛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20일을 낙지소비를 촉진하는 '낙지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서울시청 직원들이 '우리 낙지! 참 맛있어요!'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구내식당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 행사를 주관한 총무과의 한 팀장은 "이번에 보도로 인해서 현지 어민들이 낙지의 판매가 감소했다는 생각에 낙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이번에 직원들에게 낙지 참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낙지 비빕밥을 맛본 직원도 "이 행사를 통해서 저희 직원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낙지를 많이 시식을 해서 낙지 촉진에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로 소비가 줄어들고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20일을 낙지소비를 촉진하는 '낙지데이'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내장과 먹물이 제거된 '낙지비빔밥'을 제공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과연 낙지 요리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음식점들의 반응은 어떨까. 어민들의 목소리는 보도가 됐었지만, 낙지 요리를 파는 음식점들의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죠.

그래서 서울시의 '낙지 데이' 취재를 마치고 시청광장 건너편 낙지 음식점이 많다는 무교동을 찾아갔습니다. 예전 인기를 끌었던 '무교동 낙지 골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많은 낙지집이 문을 닫고 이사를 가버려 정작 무교동에는 낙지집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30년 원조'  '25년 원조'라는 간판을 달고 무교동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고 있는 음식점들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가 점심 메뉴로 제공한 낙지 생야채비빔밥.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는 어제 하루 '낙지 데이'를 통해 낙지 소비를 늘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음식점들의 반응은 분노,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달 서울시가 낙지 내장과 먹물에 중금속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한 낙지 전문점 주인 최 모씨는 서울시의 낙지 데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더니 곧바로 "(서울시가 낙지데이라고 해서) 염병 ******, 지들만 먹고 뒈지라 그래"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당연히 장사가 안 되는 건 사실이고 검사를 정확히 기준을 정해서 해야 하는데 갈팡질팡 하고 있으니까 답답하죠. 빨리 매듭을 짓던가 해야지 장사가 3분의 1도 안 되는데"라고 힘든 상황을 호소했습니다.

낙지 데이를 맞아 낙지 생야채비빔밥을 먹고 있는 서울시 직원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주인은 지난 11일 낙지 머리를 먹지 말라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원들과 함께 낙지를 머리부터 통째로 먹은 사실을 지적하며 "대책을 세워져야지 국감에서 먹을 대로 먹고, 그렇게 먹고 놓고서..."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어제 서울시가 국내산으로 알고 조사한 낙지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중국산이었다는 검찰 발표 뉴스가 나올 때는 속상해서 아예 TV를 꺼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음식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이 음식점 주인도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며 "한번 그럴 때마다 손님이 올런지 안 올런지 불안하다, 일반인들은 웃고 넘어가지만 하루 장사 못하면 그게 얼마나 큰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좋은 지 나쁜 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면서 믿을 수 있는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20일 낮 서울시 중구 무교동 낙지 전문점의 모습.

서울시는 낙지 먹물과 내장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닙니다. '낙지 데이'를 할 때도 아닙니다.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정확한 조사를 통해 불신을 없애야 할 때입니다. 또한 검찰 발표에서 드러난 잘못된 조사로 어민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피해와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사과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조사한 국산에 중국산 낙지가 포함됐다는 검찰 발표로 낙지 어민들과 상인들의 서울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사과는 커녕 낙지 내장과 먹물이 유해하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며 전시성 행사만 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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