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경찰특공대가 기념촬영장? 씁쓸했던 의원들의 방문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이성규 서울경찰청장을 대상으로 한달 앞으로 다가온 G20 정상회의에 대한 질의를 이어나갔습니다. 여당은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집시법 개정을 통해 야간 집회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G20 정상회의와 집시법 개정은 상관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야간집회가 전면 허용돼 G20 정상회의를 한 달 앞두고 치안 상태에 비상이 걸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집시법 개정을 G20 정상회의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킨 겁니다.

이에 앞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1박 2일 동안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집시법과 연결된 게 아니다'라며 '야간옥외집회를 G20 정상회의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면, G20 정상회의 후엔 다시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방배2동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테러 현장시찰'에서 경찰특공대가 격파시범을 보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국감장에서의 여야 공방은 오후 3시를 조금 넘은 시각에 끝났습니다. 오후에 경찰특공대를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경찰특공대애서 G20 정상회의 대비 태세를 점검을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대비 태세 점검'이라는 말을 듣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의 장비의 문제점이나 과잉 진압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겠다는 생각을 하고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대비 태세 점검'은 제가 생각한 '점검'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경찰특공대의 시범 관람과 사격 등 장비 체험 그리고 기념촬영이었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방배2동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테러 현장시찰'에서 안경률 위원장과 의원들이 실탄 사격을 체험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장에 도착한 여당 의원들은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검정색 경찰복을 입고 단상에 올랐고 야당 의원들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곧바로 경찰특공대의 경호, 무술 시범이 벌어졌습니다. 각 상황별 체포시범과 사격, 검술, 인질범 제압, 헬기 강하, 폭발물 제거 시범 등이 1시간 여동안 이어졌습니다. 대원들의 멋진 시범이 펼쳐질 때마다 의원들은 박수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방배2동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테러 현장시찰'에서 장갑차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범이 끝나자 이번에는 의원들이 직접 총을 들고 사격지 앞에 섰습니다. 사격 체험에 나선 겁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의원들은 10여 발의 총알을 과녁을 향해 발사했습니다. 사격 중간에는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사격 포즈를 잡아주기도 했죠.

의원들은 사격이 마치고 난 뒤에는 경찰의 장비를 둘러봤습니다. 각종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일부 의원들이 특수차량과 장갑차 위에 올라 사진을 찍더군요. 마치 한 사람씩 장갑차에 올라 사진을 찍는 모습이 흡사 놀이공원에서 기념촬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과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방배2동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테러 현장시찰'을 마친 뒤 다과회에서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런 체험과 촬영을 하는 동안 의원들이 장비의 문제점이나 안정성, 시민들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점검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제 눈에는 오전 국감을 대충 끝내고 오후에 놀러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찰특공대 방문은 와인 잔으로 건배까지 한 다과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점검'을 하겠다더니... '점검' 대신 사격 체험과 기념촬영을 즐긴 의원들. 의원들의 경찰특공대 방문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씁쓸했습니다.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