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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울시 국감장에 낙지가 등장한 이유

오늘 국회 행안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장에는 낙지가 등장했습니다. 낙지가 많이 나는 전남 무안, 신안군가 지역구인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투명한 유리통 안에 낙지를 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낙지가 들어 있는 통을 자신의 자리에 꺼내놓고 "우연히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오세훈 성과주의가 던진 돌에 불쌍한 낙지어민, 판매상인들만 맞아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시와 낙지가 무슨 관계지?'라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낙지머리에서 중금속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죠. 그런데 식약청은 '서울시 검사기준에 문제가 있다, 낙지 머리의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서울시의 조사 결과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서울시가 '낙지 머리에서 카드륨이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해 파문을 커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청 국정감사에서 전남 무안·신안군이 지역구인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세발낙지를 들어보이며 "낙지 머리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서울시의 발표와 식약청의 발표가 어긋나는 가운데 파장은 전국적으로 커졌는데요. 낙지에 대한 안전성이 문제가 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어민들은 '1접당(20마리) 판매가격이 6만원 이상은 돼야 조업 자체가 가능한데 요즘에는 3만원 이하로 가격이 형성돼 있어 조업 자체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죠. 지난 8일 전남 신안·무안군 어민들이 이와 관련해 서울시를 항의 방문, 오세훈 시장의 사과 및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윤석 의원은 오늘 국감에서 서울시가 식약청 및 관계 기관과 협의도 하지 않고 발표한 것은 성과주의에 눈이 멀어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당도 서울시의 발표를 비판했습니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낙지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 낙지 한 마리씩을 먹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청과 농식품부의 입장'이라면서 '다른 먹을거리에 대해 조사할 때도 식약청이나 농식품부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뒷수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특별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특별시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도 오 시장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 시장은 오늘 국감장에서 "저희가 발표한 대로 낙지 내장과 먹물은 드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시 낙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겁니다.

식약청의 발표로 낙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해소되는 시점에서 오 시장의 발언이 다시 파장을 몰고 올까봐 우려됩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소신은 가질 수 있습니다. 오 시장의 소신이 낙지 내장과 먹물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거겠죠.

하지만, 식약청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감장에서 낙지 내장과 머리를 먹물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독선적입니다. 다른 기관들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자만심으로 들릴 뿐입니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어민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서울시의 성급한 '카드뮴 낙지' 발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어민들이 오늘 오 시장의 발언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오 시장은 최소한 '더 조사해 보겠다' '어민들에게 죄송하다' 등의 답변을 했어야 했습니다.

소통과 화합을 강조해온 오 시장이 서울광장 문제 등에 이어 이번에도 불통과 독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오 시장은 지금이라도 '낙지 소신'을 거두고 식약청 등과 공동 조사로 국민들과 어민들이 믿을 수 있는 검사 결과를 하루 빨리 발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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