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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음향대포' 논란, 경찰이 안전하다면 끝인가

기어이 경찰은 지향성 음향장비(음향대포)를 도입하려는 모양입니다.

그저께 국회 행안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음향장비가) 꼭 필요하다"며 "의사소통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게 주 기능"이라고 밝히며 우려의 목소리에도 음향대포 도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조 청장은 자신이 두 차례에 걸쳐 "10m 떨어진 곳에서 음향장비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서 "적당한 거리를 띄워서 쓰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리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니... 걱정스럽습니다. 이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연 등을 통해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입니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소음도를 취재하던 취재기자들이 귀를 막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시연에 참석한 후배 기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썼더군요.

"시연이 끝나자 귀가 '먹먹'한 것을 넘어 '얼얼'해졌고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가슴도 '쿵쾅쿵쾅' 뛰었다. 100m, 64m, 32m 거리를 통틀어 '음향대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시간은 불과 5분도 안 됐는데 말이다. 이런 상태는 한 시간이 넘게 지속됐다."(오마이뉴스 홍현진 기자)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청력에도 손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소음이 호르몬과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가져와 정신과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시 시연을 마친 경찰은 "안전성을 위해 3초~5초 이내에서 사용하고 30초 쉬었다가 다시 3초~5초 사용하는 식으로 짧게, 짧게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급박한 현장 상황에서 이런 규칙이 잘 지켜질지도 미지수입니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경찰들이 지향성음향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어제 열린 시민단체 토론회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습니다.

성굉모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지향성 성능 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장비를 도심에 사용한다면 집회와 무관한 시민들까지도 소음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차별적인 공격 장비입니다. 만약 집회 군중 속에 어린 아이나 노인들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건강한 어른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게 뻔하죠.

또한 성 교수는 지난 3월 경찰청에 전달한 '고출력 지향성 스피커의 지향성 측정 결과 및 소견서'를 통해 '음성 전달에는 국산 제품이 적합하고 공격용 음향 발생에는 미국산 제품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경찰이 후자를 선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백남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도 이 장비의 위험성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갑작스런 청각세포 손상은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과 달라서 치료가 매우 어렵다'면서 '헬기 소음이 스트레스 증후군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게 일으키게 한 것처럼 정신과적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장비를 경찰은 국민의 세금으로 들여오려고 합니다. 경찰은 총 4대의 장비를 들여오기 위해 2억 3000만 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라네요. 국민의 세금을 국민을 공격하는 장비에 사용한다는 겁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10m 거리에서 두번 들어왔다는 말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이미 이 장비는 경찰에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도입을 보류했던 장비입니다. 조 청장이 서울청장이었던  지난 4월 경찰청을 향해 도입 건의를 했지만, 안전성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청장이 바뀌니 바로 도입을 하려고 하네요.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입니다.

경찰청은 이 장비의 사용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합니다. 소리를 잠깐 들어본 기자들조차 고통을 호소하는 장비를 인체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연구나 조사도 없는 상태에서 시민들을 향해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은 '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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