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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고은 시인의 걱정, '노벨문학상보다 겨레말큰사전'

올해도 노벨문학상 발표를 보고 안타까워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외신 보도도 그랬고 여러 가지 정황상 이번에는 꼭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고은 시인의 자택 앞에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던 취재진들도,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국민들도 아쉬웠겠지만, 이렇게 매년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시인이 있다는 건 우리나라 문학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나라 문학의 번역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양질의 번역과 활발한 문화 교류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고은 시인의 수상 실패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건이겠죠.

그런데 고은 시인의 관심은 노벨문학상이 아니라 다른 곳에 더 많이 가 있다는 걸 주목해봐야 합니다. 그저께 YTN FM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고은 시인은 다시 한번 겨레말큰사전의 위기에 대해서 역설했습니다. 고은 시인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죠.

먼저 고은 시인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와 관련, "여기에 대해서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의견을 낼 처지가 아니다, 그냥 올 한 해가 또 지나갔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성원해준 국민들을 향해서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도 했습니다.

고은 시인. 출처 : 충청일보

노벨문학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고은 시인은 겨레말큰사전에 대한 질문에는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며칠 전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던 고은 시인은 "우리 언어가 흩어지는 상태, 또 우리 언어가 갈라지는 상태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되니까 하나의 언어로 언어 광장에 결집 시켜서 함께 뛰놀게 하는 그런 것이 바로 겨레말큰사전이 됐다"고 겨레말큰사전에 대해 설명한 뒤 "그동안 2005년부터 꾸준히 진행 해 오다가 최근에 와서 예산이 삭감되면서 용역이나 또 여러 사전 사업에 실무 이런 것이 중단 됐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를테면 밥 하루에 세 그릇을 먹어야 되는데 한 그릇만이나 이렇게 먹으면서 유지하기는 어렵죠. 그리고 이것은 실무진에 용역이 많습니다. 사전 만드는데 있어서 용역 하는 팀들이 전부 예산이 삭감되니까 뿔뿔이 흩어지고 아까운 인재들을 모아놨는데 인재들이 다 떠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겨레말 사업회라고 하는 기구만 남아있고 실제일은 못하게 되죠. 사실 존재 이유가 없어지죠. 그래서 아 이것은 꽉 막혔구나. 해서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생각을 하면 밥맛이 없습니다."

이어 고은 시인은 "최소 30억 규모인데, 지금 12억 15억 이렇게 내려가니까 절반에 몸을 지탱할 수가 없게 돼 버렸다"면서 "그리고 이것은 상대가 있어서 상대와 합의해가지고 하는데 상대와 만날 수 없게 되면 그쪽에서 토라져 버리면 다시 만날 수가 없고 그래서 2중 3중으로 우리가 고달픈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밥맛이 없을 정도로 겨레말큰사전 사업을 걱정하고 있는 고은 시인. 고은 시인의 걱정은 노벨문학상이 아니라 겨레말큰사전이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은 한해 한해 지나가는 것이지만, 우리의 언어라는 것은 그대로 두면 더욱 더 남북의 차이가 커지고 결국에는 돌이키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노벨문학상에 대해서는 이렇게 모든 언론이 보도경쟁을 펼치고 있으면서 정작 겨레말큰사전의 위기에 대해서는 주목하는 언론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09년12월 세종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모습.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역사를 봐도 언어가 민족의 통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 알 수 있죠.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누어져 이던 시절 '괴테사전'을 편찬했고, 지금 분리돼 있는 중국과 대만도 '양안사전'을 만들어 두 나라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있습니다.

독일과 중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겨레말큰사전은 없어서는 안 될 사전입니다. 말, 언어가 곧 정신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말을 하나로 묶어주는 겨레말큰사전이 필요한 거죠.

어제가 564돌을 맞는 한글날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의 깊은 뜻을 세기고 우리말을 기리는 뜻깊은 날이었는데요. 전국적으로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많은 예산이 들었을 텐데요. 정부가 그 예산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남북의 언어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겨레말큰사전 사업에 다시 투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종대왕도 우리말의 통일을 바라고 계시지 않을까요?

정부는 물론 언론과 국민 모두 노벨문학상보다 겨레말큰사전을 더 걱정하고 있는 고은 시인의 말씀을 새겨 들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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